[한내국 칼럼] 옥죄는 대책만이 능사 아니다
[한내국 칼럼] 옥죄는 대책만이 능사 아니다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8.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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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지 않으면 다주택자 숨 쉴 틈 주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8·2부동산대책의 핵심이다.
김현미 장관은 대책발표를 통해 “(다주택자들은) 빨리 집을 팔아라”라며 이같은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금리 하에서 갈 곳 없는 자금들이 부동산으로 밀집한 것을 투기로 규정해 이를 막는 것은 좋다. 그러나 대책의 목표는 투기는 잡되 실수요자에게 양질의 출입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두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노무현 정부에서 발효했던 대책과 다르지 않고 그 때 역시 집값만 올렸지만 집값도 실수요혜택도 담보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 대책으로 투기와 전혀 관련없는 지역들도 다수 포함됐다며 심각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실수요자를 위한 세세한 대안이 부족한 것. 이때문에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으로 애먼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집을 샀지만 아직 소유권 등기를 하지 않은 실수요자들에게 1주택자 비과세 요건 강화가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투기를 차단해 집값 상승에 제동을 걸겠다는 정책 의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선의의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완 대책은 필요한 것 같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부산의 14개 시·군·구, 세종시 등 청약조정지역 40곳의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을 ‘2년 이상 보유’에서 ‘2년 이상 실거주’로 강화했다. 그러면서 강화된 요건은 대책 발표 다음 날인 ‘8월 3일 이후 취득한 주택’으로 정했다.
법률상 취득은 소유권 등기가 이뤄져야 완성된다. 대책 발표 이전에 집을 샀더라도 아직 등기하지 않았다면 취득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새로 산 집에 2년 이상 들어가 살아야 한다. 내 집 마련 차원에서 필요한 곳에 집을 사두고 다른 곳에서 전세를 살려던 실수요자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적용 시점을 ‘법률상 취득’에서 잔금 완불 등 ‘실제 매입’으로 조정하면 어느 정도 실수요자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나 싶다.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의 강화된 대출규제로 대책 발표 이전에 집을 산 실수요자의 피해도 우려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서둘러 보완책을 내놓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8·2 대책 이전 주택 구매자 가운데 아직 대출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실수요자도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나마 투기과열지구의 ‘8월 2일’ 이전 계약자에게도 기존 대출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런 실수요자 피해는 정부 부동산 대책이 예고나 유예기간 없이 전격 발표되다 보니 생긴 일일 것이다.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은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정치가인 상앙(商 )의 법령 시행에 관한 일화가 실려 있다.
상앙은 새로운 법을 정하였으나, 백성들이 이를 믿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그는 세 길이나 되는 나무를 남문(南門)에 세우고 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포고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감히 옮기지 않았다. 상앙이 다시 오십금(五十金)을 내걸자, 한 사나이가 나타나 그것을 북문으로 옮겼다.

상앙은 즉시 그에게 상금을 주어 거짓이 아님을 내보였다. 이렇게 하여 신법을 공포하였는데, 일년 후 백성들이 그 법령의 불편한 점을 고하며 도성으로 몰려왔다. 이때 태자(太子)가 그 법을 어겼다. 상앙은 법이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 상류층 사람들이 범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태자의 보좌관과 그의 스승을 처형하였다. 이후 백성들은 기꺼이 법령을 준수하게 되었다.
약속을 반드시 실천에 옮긴다는 뜻으로 이목지신(移木之信)이라고 한다. 우리의 정치인들도 상앙이 했던 뜻으로 법을 만들어야 하며 만든 법은 자신들부터 반드시 지키겠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이번 투기대책도 마찬가지다. 서울 개포동의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34평이 싯가 35억에 거래된다고 하니 부동산값이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지금 곳곳에서 평방미터당 4000만 원(평당 1억2000만 원)을 넘는 분양가가 적용되는 곳이 있다니 이는 정상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정책 당국은 아무리 급하더라도 정책 사각지대가 없는지를 주도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정책 의도와 달리 실수요자 피해가 예상된다면 이번처럼 신속히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좋다.
이 법이 곧 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촘촘히 모니터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사례별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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