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갑질사회 언제 없어질까?
[충남시론] 갑질사회 언제 없어질까?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8.09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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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이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유행어가 됐다. 갑질은 갑을관계에서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로 ‘질’을 붙여 만든 말이다.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부당한 행위를 통칭해 부르는 신종어다.
최근 ‘갓’과 ‘갑’은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단어다. 받침 하나 차이인데 의미는 극과 극이다. ‘갓’은 ‘선’으로 칭송받는 반면 ‘갑’은 ‘질’이라는 말이 따라붙으며 악의 축이 됐다.

어느날 갑자기 ‘갓’의 대표 기업이 된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칭송 덕에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청와대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에 참석한 얘기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자리에서 오뚜기를 ‘갓뚜기’로 언급해 새 정부의 기업모델이 되기도 했다. 500억 원의 상속세를 5년간 나눠 내기도 하고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 회사이여 이 회사의 선행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오뚜기가 ‘갓뚜기’가 된 반면 최근 갑질의 대명사가 된 기업과 기업인이 수도 없이 많았다. 브랜드명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의 전 회장도 그 중 한 사람으로, 가맹점주와의 관계에서 150억 원대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갑질의 미스터피자는 한때 좋은 기업으로 인터넷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4년 전 모 지상파 방송에서 ‘작은 거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세계 1등을 이긴 토종 브랜드’로 소개되는 등 회장을 칭송하는 글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피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영업 적자로 이어졌다. 회사가 적자로 돌아서자 치즈 통행세 등 가맹점 착취 문제가 불거졌고 2016년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갑질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갑질’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대한 가맹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약자 보호의관점에서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가맹점주들은 사실상 자영업자나 다름없다.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점포 문을 연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 초기의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본사의 브랜드와 체계적인 품질관리 등을 믿고 시장에 덤벼든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이같은 처지를 악용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 운전기사를 노예처럼 부리는 기업체 회장, 가맹점주에게 온갖 것을 떠넘기는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에 이어 최근에는 군대 사병을 몸종 취급해온 지휘관 부부의 갑질까지 등장했다.

공관병이 폭로한 갑질 횡포는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공관에서 사령관 부부를 모시는 공관병과 조리병은 군인이라기 보다 인격이 없는 몸종이고 머슴이였다.
더 충격적인 횡포는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차고 다니도록 했다. 장성 부부가 아무 때나 호출하면 부리나케 시중을 들었다.
범죄자도 아닌 공관병에게 전자팔찌까지 채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리 군 조직이라지만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작태다. 군 지휘관들의 이런 공관병을 하인 다루듯 부려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군 수사기관의 결론이 어떻게 날 지 기다려 볼 일이다.

얼마 전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의 갑질논란, 백화점 주차 요원에게 폭언을 하고 무릎을 꿇린 모녀의 갑질, 경기도의 한 아파트 동 대표회장의 경비원에 대한 퇴출 강요 갑질, 남양유업의 갑질 논란은 소비자들이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이게 한 바 있다.
이런 ‘갑질’은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모든 사람들이 대우를 받고 인정을 받고 싶은건 인지상정이다.
돈과 권력이 아니라 희생과 봉사가 갑이 되는 사회가 이뤄져야 하는데 막말과 폭력으로 값싼 대우를 받으려는 천박하고 저급한 문화는 바꿔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정사회 구현은 요원한 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의 조직적인 갑질 뿐만 아니라 일부 기득권층의 갑질도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다. 갖가지 갑질노릇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 혹은 인성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돈 없고 힘 없는 이들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악용해 대우를 강요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己所不欲勿施於人)’는 논어의 상식적인 윤리의식이 새삼스럽게 요청되는 시대이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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