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인격과 영혼을 짓밟는 ‘갑질’
[김강중 칼럼] 인격과 영혼을 짓밟는 ‘갑질’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7.08.15 16:33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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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집요하고 끊이질 않는다. 다름 아닌 ‘갑질’이다.
요즘 육군 대장(大將)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을 놓고 비난이 비등하다.
갑질의 문화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갑질’이란 계약의 조건상 유리한 사람이 약자에게 부당한 조건을 요구할 때 일컫는 말이다.
어느 집단, 조직이나 상하관계로 돼 있다. 우위의 사람이 권한을 이용해 영향력을 미치면 갑질인 것이다.

야성일까, 야망일까. 사람들은 권력의 단맛을 좋아한다. 작은 권력이든, 큰 권력이든 휘두르며 사는 것을 신명나는 삶으로 여긴다.
권력의 힘은 ‘끗발’이다. 군대는 보직이 끗발이다. 사회는 검찰, 국정원, 경찰, 국세청 등이 끗발이 센 곳이다.
이들의 뻘짓은 천태만상이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그 폐해는 심각하다. 물론 망둥이 뛰듯 언론의 갑질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 부터인가. 우리는 청렴을 말하지만 뇌물, 청탁, 아부가 버무려져 밀고 당기는 썩다리에 매몰돼 있다.
능력과 소신보다 ‘말 잘 듣는 귀염둥이’가 득세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끗발’있는 곳에 ‘쩐발’도 성(盛)하고 악취는 진동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됐다. 이제 1년이 다 됐으나 ‘청탁의 단가’만 올렸을 뿐 실효는 미미하다.
어쨌든 갑질은 상하를 구분 짓는 서열문화의 폐단이 아닐까. 아랫사람에게 ‘근평’, 연봉계약을 무기로 맹종을 강요하기 일쑤다.

또 권위에 복종하며 그 의중을 알아채고 기어야만 만수무강을 보전할 수 있다.
이런 적폐의 갑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삼 군대에서 공관병에 대한 갑질은 작금의 일이 아니다.
필자도 군 시절 당번병으로 20개월 근무한 경험이 있어 알만하다.
당시는 박정희, 전두환 시절이어서 군대에서 인권을 따질 처지도 못됐다. 그 때도 일반병이 선망하는 ‘꽃보직’이었다.

내무생활, 점호, 교육, 훈련 등 모든 게 열외여서 한량이다. 하지만 덕장이냐, 졸장이냐에 따라 ‘따까리’의 고락(苦樂)은 엇갈린다.
덕장을 만나면 부창부수라 물론 ‘사모의 횡포’도 없다. 그러나 설익은 인간을 만나면 노예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렇게 CP 당번병, 공관병은 몸은 편하되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다시 박 모 대장의 얘기를 해보자. 그는 지지난해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천안의 모교를 방문했다. 시국도 어수선한 당시, 안보강연차 헬기를 타고 와 운동장 흙먼지가 일어 살수차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어린 후배들에게 완장의 위력을 과시한 것이다.

한 해 앞서 신모 대장의 청주소재 모교에서 강연한 뒤 음주추태로 전역한 사실을 잊은 것이다. 스스로 별 넷의 권위를 추락시키며 ‘별똥별’을 자초했다. 이들을 보면서 설설 기다 별을 달면 장군이 되기까지 고된 시집살이를 대물림 하는 양 싶다. 이 얼마나 치졸한 일인가.
이런 사례가 박 모 대장 등 사성급 만은 아니다. 지난달 육군 제39사단장은 공관병 폭행 등 가혹행위로 물의를 빚었다. 또 지난 2015년에도 최 모 공군 참모총장과 그 아들이 운전병을 사병(私兵)으로 부려서 도마에 올랐다. 2005년에는 특공여단장과 부인이 비닐하우스 관리를 못하고, 멸치를 잘못 보관했다는 이유로 공관병을 폭행했다.

박 모 대장은 조직 내 ‘알자회’로 독일 육사까지 유학을 했다고 한다. 무엇을 ‘알자’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몰랐을까.
윗사람만 섬겼을 뿐 아랫사람과 군의 사기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저 일신의 영달에 눈이 멀어 명예를 저버린 것이다.
사람은 이름이 먼저 죽는 경우가 있다. 훗날의 인사유명(人死有名)은 차치하고 악명을 날리면 죽은거나 다름없다.

문득 충무공의 리더십이 떠올려지는 오늘이다. 수년 전 ‘명량’에서 우리를 열광케 했던 충무공의 말이다. 공(公)은 “장수의 의리는 충(忠)을 쫓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임금도 있는 법”이라 했다.
‘민본’은 커녕 수하의 인격과 영혼을 짓밟는 지휘관은 자격이 없다. 포악한 지휘관 아래 병사는 유사 시 적(敵)보다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런 지휘관은 완장에 중독된 것이고 안하무인이기 십상이다. 리더의 덕목인 사욕의 배제와 선공후사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완장을 찼다 해도 남의 복(福)을 빌려서 된 것은 아닐까. 그것이 나라든, 학교든, 스승이든, 상사나 부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출세를 했다해서 그리 으시댈 것도 없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복의 차이일 뿐이다.
이제는 겸청의 리더십만이 힘을 발휘하는 세상이다. 모름지기 리더의 내면은 매화와 같아야 한다. 매화는 일생을 얼어 지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한반도에 점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졸렬한 갑질 지휘관을 두고 과연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충남일보 김강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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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일 2017-08-17 16:30:58
좋은글에 감사^^ 요즈음 갑질지적을 아주 잘해주셨습니다.
요즈음 대표적인 한사람이 자기멋대로 나라일을 하고 있죠 냉정한 비판을 바랍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말을 생각하여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며 멋진 칼럼 부탁해요~~~~

백록담 2017-08-16 16:43:50
좋은 내용입니다....고전인용까지...

2017-08-16 13:17:01
문재인 리더십 퐈라
티끌 만한 완장차고 동티나 내고들 ㅉ ㅉ

강인자 2017-08-16 11:08:24
참으로 잘지적해 주셨네요
오늘또 뉴스에서 박대장부인이
썩은갈치 먹였다고 하네요
우리사회의 소위 지도층이라는
부류의 모든 부분을 전부
들여다 봐야 할겁니다
언제나 응원 합니다

향기 2017-08-15 21:46:06
세상이많이바뀌는것처럼 우리모두도 바뀌어야하는데 옛적생활습관을 버리지못함으로 가진자들의군림?모든인간이평등하다는것을깨달기를소원해봅니다...리더의 내면은매화같아야한다고...김강중기자님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