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한뼘 닭장이 가져온 비극
[한내국 칼럼] 한뼘 닭장이 가져온 비극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8.17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닭...닭...닭....온 나라안이 ‘살충제 계란문제’로 들끓고 있다.
결국 국내 축산관리에 구멍이 뚫리고서야 대책마련에 착수한 정부에 더 이상의 신뢰가 필요할까라는 자조섞인 말들이 벌써부터 나돈다. 지난해부터 조류독감으로부터 이어진 닭과 달걀에 대한 수난이 국정농단사건 과정에서의 고삐 풀렸던 정부의 행정부재라는 결과를 보는 것 같아 씁슬하다.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것은 거의 한 달 전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나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소집할 만큼 파장이 컸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나 묻고 싶다.

이런 소동은 닭에 붙은 진드기를 없앤다며 사용된 살충제가 원인이다. 닭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기 위해 방목되는 닭들은 흙목욕이라 하여 수시로 흙에 나뒹굴고 뿌리는 등 스스로 해충을 막고 있지만 계란을 생산하는 한국은 밀집된 공간에 가두어 닭을 사육하다보니 이런 진드기 퇴치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피프로닐은 벌레의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물질로 사람에게 두통이나 경련, 감각 이상, 장기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고양이 등 사람이 직접 섭취하지 않는 동물의 진드기를 박멸하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닭처럼 사람이 식용하는 동물에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규모 산란계 농장에서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사용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단기간의 전수조사에 나선 정부는 전국 1239 산란계 농가를 조사하고 조사만료일현재 전국 친환경 농가에서조차 ‘살충제 계란’이 60곳에서 검출됐음을 알렸다.
일반까지 포함되면 모두 66곳의 산란계 농장에서 이 물질이 검출됐다. 말 그대로 친환경 농장은 ‘무항생제 계란’을 생산하는 곳으로 일반 계란보다 비싼 값으로 팔리는 곳이다. 이처럼 농약 자체가 검출되선 안 되는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기준에 미흡한 농가는 60곳 중에는 살충제 성분이 과다 검출돼 ‘친환경’ 마크를 뗀 채 일반 계란으로도 유통할 수 없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가 25곳이나 된다.
해당 농장들은 친환경 인증까지 받은 농장이다. 친환경 농장이 이러니 얼마나 많은 산란계 농장에서 피프로닐 살충제를 썼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전수 조사 결과 피프로닐 사용이 한 두 농장이 아니라 여러 농장에서 암암리에 빈번하게 사용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질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회남자(淮南子) 범론훈(氾論訓)에는 중국 우(禹)임금의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묘사한 대목이 있다.
우 임금은 자신에게 도(道)로써 가르칠 사람은 와서 북을 울리고, 의(義)로써 깨우치려는 자는 와서 종을 치며, 어떤 일을 고하고자 하는 자는 방울을 흔들고, 근심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와서 경쇠를 치며, 소송할 일이 있는 자는 와서 작은 북을 치도록 하라고 하였다.

이에 우임금은 어진 사람들을 맞이 하기 위해 한 번 식사하는 동안에 열 번이나 일어났으며(一饋而十起), 한 번 머리 감을 때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와 천하의 백성들을 위로하였다. 이럴 때 선(善)을 다하거나 충(忠)을 나타내지 못한 자는 그 자질이 부족한 자라고 하였다.
갑질이 습관화 되고 고질적 병폐라하여 범국가적 갑질근절운동이 확산되면서 ‘나라다운 나라’ 건설이 집중되는 시기에 터진 ‘농약계란 파동’은 국정운영의 정점에 놓인 리더들의 일탈이 몰아 온 혼란의 결과가 결국 국민적 고통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건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농장 측에 있다. 진드기가 기생하는 닭은 스트레스를 받아 산란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많은 사람이 먹는 계란을 오염시킬 수 있는 사용 금지된 살충제를 닭의 몸에 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 끼 밥을 먹는데도 도중에 여러 차례 일어나야 했던(일궤십기一饋十起) 것은 곧 통치자가 국민들을 위한 정치에 각별한 열성(熱誠)이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설마...’가 사람잡는 세상을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번 ‘살충제 달걀 공포는 곧 국민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우리 사회를 이끄는 모든 리더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교훈삼아 주기를 바란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