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이 나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
갈증이 나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7.03.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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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이 나도 도천(盜泉)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라는 말을 문선(文選)에 실려 있는 육사형(陸士衡)의 시 맹호행(猛虎行)에서 볼 수 있다. 이 말은 아무리 처지가 나쁘더라도 의롭지 못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도천은 도둑의 샘물이란 뜻인데 산동성 사수현(泗水縣) 동북쪽 승모(勝母에)라는 마을에 현존하고 공자의 일화가 있어 오늘날도 보존되고 있다.
어느 날 공자가 승모라는 마을에 갔으나 마침 날이 저물었는데도 그 마을에서 자지 않고 또 도천이란 샘물 곁을 지나면서 목이 말랐어도 그 샘물을 떠먹지 않았다.
마을의 이름인 승모는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을 가진 마을로 공자는 그런 마을에 머무는 것이 부도덕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에 머무르지 않았고 또 도둑의 샘물을 마시는 것도 깨끗한 선비로서 취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시지 않은 것이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정책 이후 최근 일부 자치단체는 수도권의 기업들이 발 다투어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각종 개발이 끊이지 않고 있어 자치단체들도 인허가 부서의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공직자들의 의롭지 못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어 이들의 자중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업무의 편의를 위해 공직자들에게 제공되는 갖가지 의롭지 못한 행태들은 결국 자신의 목을 조이는 올무로 자신뿐만 아니라 공직 사회 전체를 오명의 구렁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의 행태는 공직자로 민원인의 업무에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이권 개입은 물론 공직자의 신분으로 민원인에 대한 과다한 충성심이 주민들에게 서슴없이 공갈과 협박까지 일삼는 모습에 아직도 공직사회에 이런자가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당사자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태에 대해 변명과 정당성을 주장하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되는 또 다른 민원이 발생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신분에 걸맞지 않는 고리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는 용기 있는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아무리 갈증이 나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고, 아무리 더워도 나쁜 나무(惡木) 아래서는 쉬지를 않노라. 나쁜 나무인들 가지가 없겠느냐마는 뜻 있는 선비의 길엔 고충이 많더구나.
갈증이 나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고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을 가진 마을에 머무는 것이 부도덕한 일이라 여겼던 깨끗한 선비가 취해야할 몸가짐의 사표로 삼고 이 말이 주는 의미를 통해 공직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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