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寅鐵 칼럼]‘실용’의 ‘싹수’를 한번 지켜보자
[金寅鐵 칼럼]‘실용’의 ‘싹수’를 한번 지켜보자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08.03.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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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을 알리는 경칩이 지나자 주말골퍼의 가슴은 설렌다. 좀더 멋진 플레이를 위해 지난 겨울 이따금씩 가까운 인도어 연습장에 나가 특별동계 훈련을 하기도 하고, 아니면 실내 스크린코스에서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하기도 했을 터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신의 스위폼이 달라진 것을 보란듯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필드에 나가는 투자쯤은 아깝다 않고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여느 아마추어 골퍼들이지 않은가.
한의학에서는 골퍼들의 체질에 따라 라운딩시의 특질을 잡아내 플레이를 위한 처방을 하곤 한다. 가령 태음인 체질을 가진 골퍼의 경우 다른 이들에 비해 민첩성에 약점이 있어서 순발력이 요구되지 않는 운동특성상 스코어를 점진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유리하다는 이론이다. 이들은 기본 체력이 좋아 장타는 많으나 섬세함이 요구되는 쇼트게임에는 약한 편이어서 평소 연습때 섬세함을 기르는 퍼트 훈련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는 식이다.
또 다른 체질이랄 수 있는 소음인의 경우 장타는 아니지만 앞으로 정확히 보내는 편이고 비교적 쇼트게임도 차분히 잘 하는 편이지만 생각이 많아서 예비동작이 길고 퍼트는 항상 짧아서 컵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과감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하곤 한다. 이들은 또 후반에 들어가면 체력이 떨어지고 한번 실수한 샷을 계속 잊지 못하고 장타자에게 주눅이 들곤 하니 평소 체력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기업 CEO 들의 경영스타일을 말할 때는 골프 스타일과 비교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의 골프 스타일이 공격적인 경우라면 경영에서도 적극적이고 공격일변도의 정책을 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반대로, 방어적인 경우라면 돌다리도 두들겨 가듯 안정적이고 소극적인 경영정책을 펴게 된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기업경영과 정치 혹은 통치행위가 반드시 같을 수는 없겠지만 스타일을 비교한다는 점에서는 그 가설을 대입해볼 필요도 있다. 지난달 25일 취임했으니 이제 막 보름째에 이른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라면 그가 대기업 CEO 출신의 최고 권력자이니 그 가설이 성립만 된다면 향후 정치분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 대통령은 그의 서울시장시절부터 골프보다는 테니스에 더 관심을 갖고, 실제로 틈틈이 테니스를 치곤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지만 말이다.
이 대통령은 기업시절 ‘불도저’란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때는 70, 80년대 시절이었으니 지금 디지털로 무장된 시대에 그에게 다시 붙여진 별명은 같은 의미의 ‘컴도저’다.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불도저란 의미 그대로다. 골프에 대입시키면 공격적 라운딩으로 승부를 내는 스타일이다. 더군다나 그가 공약한 정책들은 한 마디로 ‘실용정부’에 ‘실용’으로 압축된다. 취임 후 처음으로 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과 각료들이 스스로 찻잔을 들고 커피를 타서 마시는 파격(破格)에다, 시상식 단상에 오른 수상자의 얼굴을 관객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수상자 중심의 사고 등등 앞으로 그의 실용적 파격행위는 허다히 밀어붙여질 것이다.
취임을 전후해 정부조직개편과 총리 내각 인사청문회 파동으로 한 때 정국을 긴장시켰던 것과, 그 이전에 인수위 시절, 국가적 과제로 내세운 영어 공용화 교육 정책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 존립 문제, 서민들의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그로 인한 사회계층 간 위화감 악화, 정책 실행여부의 비구체성 등의 문제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방향을 나무랄 사람은 많지 않다. 실용은 본디 옷에다 내 몸을 맞추기보다는 내 몸에 맞게 옷을 잘라내거나 덧 기우자는 식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불길한 감은 도처에서 감지된다. 국제적으로 치솟는 유가에 경제가 심상치 않고 국내적으로는 경제력만이 우선시되는 현 사회에서 경제력 획득을 위한 주체성만을 내세움으로써 물신사회를 조장하게 되고, 사회계층 간의 갈등을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불안한 사회를 형성할 것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사회 1%만을 위한 ‘부자내각’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던 것처럼 특정 소수만을 위한 실용이라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꼭 한달 남은 총선도, 지금이야 여야가 공천으로 들끓고 있지만 실상은 부분적인 ‘인물론’ 속에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명박대 이명박’의 승부일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이 의석 과반을 겨우 넘든, 200석을 너끈히 넘어서든 그것은 곧 실용의 ‘싹수’에 대한 기대치와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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