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계란’ 먹어야 하나, 먹지 말아야 하나
[충남시론] ‘계란’ 먹어야 하나, 먹지 말아야 하나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8.3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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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대(太平聖代)를 만나는 건 참으로 쉽지 않은 모양이다. 국내외 곳곳이 늘 충격적인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계란 하나 마음 놓고 먹지 못하는 세상인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비좁은 닭장 속에서 암탉들이 살충제 계란을 낳은 것은 아니다. 암탉들이 그저 알을 낳은 죄 뿐이다. 퍼뜨린 것은 농민과 유통업자다. 공장식 축산 방식인 케이지에 갇혀 일생을 알만 낳다 죽어가는 암탉이여 어떻게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살충제 계란’은 단순히 계란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과소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너무 많이 먹는 게 병이 되었다. 과거에는 못 먹어 병이 왔지만 이젠 너무 먹어 병을 자초하고 있다.
유례없는 먹거리의 풍요로움과 싼 가격은 생산 방식의 ‘고도화’에 부채질을 했다. 그것이 공장식 집단 닭사육 방식이며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농약의 과다 살포 등을 유발시켰다.
이것이 어찌 닭만의 문제이겠는가? 식탁에 너무도 빈번히 오르는 소·돼지·오리와 생선류, 각종 채소류 등 거의 모든 1차 먹거리와 2차 가공음식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우리는 먹거리의 양과 맛에만 눈이 멀어 그것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터지면 그 때 반짝 관심을 가질 뿐이다.
때문에 당국은 모든 일을 반짝 대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관련 백서를 발간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사후약방문이지만 또 다시 국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부처의 수장이 새롭게 바뛰면 각종 ‘파동’에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흡한 것은 강한 규제와 꾸준한 관리감독의 실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도 맞는 얘기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예로 들면 계란에 인체에 유해성분이 들어 있으면 불안해하고 먹기를 꺼리는 것은 사실이다. 설혹 그 유해물질의 양이 정부가 정한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다고 할 지라도 파동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치 이하이면 걱정하지 않고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살충제 허용 자체는 가축이나 가축이 낳은 알에 어느 정도의 유해 성분이 검출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다.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한다고 자신 또는 자녀들이 살충제 계란을 먹거나 먹게끔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도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지면서 기준치보다 많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음에도 먹어도 괜찮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기준치 미달 여부를 떠나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먹기를 주저하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때문에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 당국의 발표를 믿고 계란을 사 먹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살충제 계란의 안전성을 두고도 정부와 전문가 단체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아 소비자들만 더욱 혼란에 빠져들게 했다. 살충제 계란을 먹고 하루 이틀 뒤 질병 증상이 생기는 급성독성에는 염려할 수준이 아니겠지만 독성이 인체에 쌓여 만성이 되는 것을 무서워 해야 한다.
닭에 붙은 진드기나 이를 죽이려고 마구 뿌린 살충제가 계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람들이 이걸 늘 먹었으니 당연히 사람 건강도 손상될 것은 뻔하다.

소비자들만 혼란스럽게 해 누굴 믿어야 할 지 모른다. 불신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문제는 신뢰다. 최근에는 생리대, 기저귀, 물티슈 등 소비자들을 불안케하는 생활용품의 화학물질 안전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갈팡질팡 하다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우리 식탁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살충제 계란’ 파문은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심을 부채질해 소비자들의 가슴을 바짝 타들어 가게하고 있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챙겨 주길 당부한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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