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계란 항생제파동 안전 불감증이 원인
[김원배 칼럼] 계란 항생제파동 안전 불감증이 원인
  • 김원배 목원대학교 전 총장
  • 승인 2017.09.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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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우리민족의 주요 영양공급원 이였던 계란에 살충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유럽발 보도가 전(全)세계의 핫이슈가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계란이 수난을 겪고 있다.
계란에 살충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국가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였다. 이들 국가가 계란에서 살충제의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며 인체에 유해하니 유통되고 있는 계란을 회수해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며 원인이 규명되어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계란사용을 중지한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국내로 전달됐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하면서 국내의 농가나 감독부서인 식약처(식품의약품 안전처)는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안이라며 외면하고 있었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 우리나라의 계란에서도 살충제가 발견됐다는 검사결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때부터 모든 양계농가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해당부서인 식약처와 양계농가가 힘을 모아 원인분석과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가 계란사용량이 많은 우리국민들의 관심을 높이 사면서 행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개입을 했고 국가적인 과제로 발전했다.

갑작스런 문제였기 때문에 담당부서인 식약처의 수장인 식약처장이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로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다 보니 답변을 잘못해 망신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실 계란은 우리국민들이 옛날부터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서민들의 영양공급원이였다. 이 같은 계란은 닭이 삼국시대부터 국내에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아마도 삼국시대부터 우리국민들에게 사랑받은 영양공급원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인 1960년대 까지만 해도 농가에서는 집집마다 닭을 키워 어머니가 계란을 모아 두었다가 힘든 일 하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 고기 사먹기가 어려우니까 고기대신 날계란을 먹게 했다. 뿐만 아니라 장남인 아들놈이 학교에 다니는 경우에는 다른 자식들이 먹을까봐 숨겨두었다가 장남에게만 주어 영양보충을 시켜주는 귀한 식품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영양 공급원이였던 것이다.

식품영양학자들도 계란은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식품이고,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 있으며 알부민 등 다른 영양소도 풍부하다는 사실을 밝혀 계란의 영양소를 입증시켜 주었다.
동의보감에서도 계란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눈의 피로와 통증을 풀어주는 데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한국인들은 1년에 1인당 268개의 계란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를 무게로 따지면 13.4㎏이나 되고 하루에 0.73개의 계란을 먹고 있다는 자료를 농림축산식품부는 밝히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은 하루에 1개에 조금 못 미치는 0.73개의 계란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인 식탁의 단골 메뉴인 계란이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조류인프루앤자(AI)로 닭을 살처분 해 계란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계란이 금(金)란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간신히 고비를 넘겼는데, 이번에는 살충제 파동으로 계란 판매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보통 7∼8월에 닭 진드기가 극성을 부려 진더기를 제거하기 위해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때 농약(피프로닐 성분)이 닭의 몸 표면에 묻어 있다가 닭의 체내로 흡수된 후 알을 낳으면 이 계란에 피프로닐 성분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산란계 농가가 닭을 키우는 케이지(철재 우리)에 살충제를 뿌리는 과정에서 닭의 몸속으로 살충제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케이지에 계란을 둔 채  살충제를 사용한 경우에도 살충제 성분이 계란 속으로 스며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다시 한 번 나타낸 결과라 하겠다. 왜냐하면 케이지에 살충제를 뿌릴 때는 닭과 계란을 빼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기사 필자가 군 복무를 할 때(1970년대)는 빈대와 이가 많아 이들을 잡기위해 상의내복 겨드랑이에 DDT주머니를 차고 겨울을 지낸 적도 있는데 그만한 일로 왠 호들갑이냐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때는 살충제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냥 지나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살충제의 피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으니까 이제부터라도 살충제로 닭장소독을 할 때는 안전수칙을 잘 지켜 국민들의 건강을 지켰으면 한다. 가급적이면 케이지속의 닭 사육 보다는 닭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땅을 확보해 땅을 딛고 활동하면서 닭의 몸에 붙은 진더기를 스스로 흙목욕 하면서 해결할 수 있도록 닭장시설을 개선했으면 한다.[충남일보 김원배 목원대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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