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아파트 공화국, 허술한 관리 손봐야
[충남시론] 아파트 공화국, 허술한 관리 손봐야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09.06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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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파트는 인구 밀집으로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어졌다. 아파트는 건축법상 5층 이상의 공동주택을 가리킨다. 최초의 아파트 단지는 53년 전 처음 선을 보였다.
대한주택공사가 서울 도화동에 재건축된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여의도 시범아파트, 구반포 주공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잠실지구 등 굵직한 아파트 단지가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같은 아파트가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돌파해 단독주택 가구를 넘어섰다. 이제 주택의 60% 이상이 아파트인 셈이다. 그야말로 대도시마다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 제국’처럼 비춰지고 있다.

특히 풍광이 좋은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 주변은 온통 아파트 단지들이 차지했고 전국적으로 위치가 좋은 곳은 아파트 주거 공간으로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교수도 아파트 선호 현상을 ‘현대적 삶의 상징’으로 해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부의 상징으로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레리 줄레조 교수는 1993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아피트가 특이해 대단지 아파트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로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프랑스에서 실패한 주거 모델인 대단지 아파트가 어떻게 한국인을 유혹할 수 있었는지를 학문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박사학위를 따 냈다.

좁은 땅에서 많은 인구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우리보다 10여 년 앞선 일본은 아직도 아파트 비율이 전체 가구 수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엔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상복합 형태의 주거지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우리처럼 열광적이진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 문화적 동질성으로 다른 나라와 다르다.
아파트를 삶의 과시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구별짓기의 대표적인 행태 때문에 고가와 큰 평수의 아파트를 가지려 한다. 과시는 이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교, 자동차, 명품 등에도 잘 보여주고 있다.

구별짓기가 없어지는 날은 언제쯤 올까? 하지만 이렇게 많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입주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등은 한 해 10조 원이 넘는 엄청난 돈 잔치기가 벌어지고 있다.
그밖에 아파트 각 세대별로 사용하는 전기, 수도, 난방 비용은 그래도 쓴 만큼 내므로 세대마다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파트 전체에서 공용으로 부과되는 관리사무소 인건비를 포함, 일반관리비, 경비비, 청소비, 소독비, 승강기 사용료, 수선 유지비 등의 항목은 세대수로 나누어 부과 되고 있다.
그런데 관리비 명세서의 공용관리비에는 어떤 항목들이 있고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있도록 됐지만 각 세대에서 절약하거나 통제할 수가 없어 관리소에서 내라는 대로 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파트 대표회의에서 과도하게 관리비를 올리고 부당하게 지출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사회적 브레이크’는 사실상 없다. 그래서 해마다 물가 상승률(6.3%)을 감안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게 일방적으로 뜀박질해도 입주민들은 멍청이가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관리비 부과와 사용이 잘못된 사례가 전국적으로 끊임없이 적발되는 등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사회적 불신과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민원이 제기된 아파트 816개 단지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한바 있다.

결과는 매우 충격적였다. 점검 대상 아파트단지 가운데 87.4%가 각종 비위 사례가 적발됐다. 특히 예산, 회계 분야, 공사`용역 분야 등은 사각지대였다. 아파트의 고질적인 비리가 차단되어야 한다는 큰 목소리가 그래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 갈등을 없애기 위해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고액의 공사 용역 발주 등은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해 지도 점검 방식의 도입이 절실하다. 아파트 관리비라고 해서 결코 ‘눈먼 돈’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관심은 아파트 관리 비리 같은 뿌리 깊은 관행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관리 운영도 문제지만 인력관리에도 사각지대가 많다. 특히 경비 노동자들의 경우만 해도 힘든 곳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일상 경비이외애 ‘분리수거 및 청소, 조경작업, 택배 등 아파트 업무가 무척 힘겨웁다. 그런 환경에서도 신분 보장이 되지않아 대표회의에 눈이 나면 쫓겨나가 일쑤다.
게다가 올 여름처럼 폭염에도 경비실에 냉방시설이 되지 않는 등 비인격적 대우도 흔하다. 경비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삶의 터전이 누군가에게 유쾌한 일터였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동대표가 주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 그런 봉사자가 있으면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수 있고 분쟁은 자연히 사라지고 아파트 입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일 것이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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