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칼럼] 국회가 역겹다
[김인철 칼럼] 국회가 역겹다
  • 김인철 대기자
  • 승인 2017.09.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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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계를 들여다 보면 참 신비스럽다. 이런 생각은 도시 종잡을 수 없는 방향에 무서운 집착,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 등등 흔히 일반인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상습적이고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뽑고 국민이 위임한 그들 집단의 행동세계관은 그러나 근대이후 권력과 폭력, 권력과 권위, 그리고 권력과 지배가 거의 무너진 현대에 와서도 이율 배반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현상은 권력과 다른 형태의 힘의 행사가 정치철학사에서 항상 동일하게 이해된 것도 아니고 이들을 동일한 정치사회적 요소로 간주해야 할 본질적인 이유가 정치영역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사회의 국회를 들여다 보면 안전을 위해 주권자에게 무제한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근대 자유주의의 출현처럼 권력과 다른 형태의 힘의 행사가 국민적 상식과 도시 맞지 않아 자괴감마저 든다.
새 정부가 출범했고 안팎의 도전과 위기는 매우 강하게 한국을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이 전임 정부의 실책의 만회도 강대국 사이 새로운 국가존립의 안위성 구축도 위협받는 매우 엄중하고도 불안한 시간이 온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어떤 것을 이들에게 바라고 있을까? 안전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의 안전, 외부 침략과 공격위협으로부터의 안전,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운명공동체인 한국민의 안전을 몹시 갈망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숙제를 풀어내려는 정부는 그러나 그들을 잉태시킨 국회로부터 모순된 처지에 놓여 역할과 힘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정당과 정당, 이슈와 이슈를 두고 마치 먹이 하나를 두고 다투는 아귀처럼 정쟁(政爭)에 함몰돼 있다.
어느 정당은 국회 밖으로 튀어 나갔다가 멋쩍게 들어와서 사사건건 충돌을 만들고 있고, 어느 정당은 자신들만이 정의를 세우려는 정당성을 가진 것처럼 오만과 독선에 아집으로 똘똘 뭉쳐져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정당과 또 다른 정당은 존재감을 세우지도 못한 채 정책반대의 명분도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단적인 예를 보면 정치를 하는 집단의 정체성마저 의심스럽다. 청문절차를 거쳐 후보자질을 검증하는 청문회제도의 임명검증 과정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이른바 충분한 자질과 국민의 법상식과 다르다며 충돌한 국회청문회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됐고, 또 모 부처장관 청문회도 부적격 의견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자당의 후보를 추천한 여당마저 등을 돌리는 사태가 됐다.
헌법재판소장의 부결로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도 당분간 지속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와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탄핵 심판, 정당의 해산심판, 헌법 소원 심판 등을 담당하는 헌법기관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을 계기로 헌재와 헌재소장의 위상과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중요한 위치에 있는 헌재소장의 공백 사태가 이어지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표결에 부쳐진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초유의 결과를 대하는 정치권의 반응도 어리둥절 하다. 부결과 관련 여야 모두가 서로의 책임전가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인준 부결은 되돌릴 수 없다. 여든 야든, 찬성표를 던졌건 반대표를 던졌건 표결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새 후보자는 업무능력, 헌법수호 의지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물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명분없는 반대도 안될 것이고 또 불합리한 결정도 안 될 것이다.

특히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오늘날, 권력에는 그 나름의 도덕적 동기와 합법적 근거를 요구받고 있지만 우리 국회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 정치철학은 권력에 대한 무분별한 열망이 가져올 정치사회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규범적 제한을 설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가는 국회가 역겹다.[충남일보 김인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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