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녀를 볼모로 흥정하는 건 피해야
[사설] 자녀를 볼모로 흥정하는 건 피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7.09.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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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집단휴업이 우여곡절을 거치며 철회됐다. 정부와 최대 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 총연합회(한유총)가 긴급간담회를 통해 이런 결론을 내놨다. 하지만 하루걸러 다시 파업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가 또 다시 철회를 결정하는 등 오락가락 반복했다. 결국은 파업을 철회하기로 했지만 한유총 내부의 강건파와 온건파와의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과 최정혜 이사장 등 한유총 대표들은 대규모 휴업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박춘란 차관은 “사립유치원을 포함해 유치원 현장과 진솔한 대화를 할 것”을 약속하는 한편 “오늘의 대화가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계기이자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차관의 말 그대로 양측은 대화를 시작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한 정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해결책은 앞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일단 보육 대란을 피하면서 대화의 길을 연 만큼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 합의 정신을 이행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사실 유치원의 집단휴업에 대한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집단휴업 자체가 어린 학생을 볼모로 한 불법행위이고 명분 또한 큰 공감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유총이 실력행사에 들어가게 된 원인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계획에 있다. 정부는 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국공립유치원의 비율을 현재 25% 수준에서 2022년까지 40%로 높일 계획이다. 어린 자녀들의 보육을 국가책임으로 확대하고 과도한 보육부담도 줄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공립유치원이 확대될 경우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될 사립유치원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유총은 국공립유치원 확대 방침의 철회를 주장하는 한편 과거 정부가 약속한 대로 국고지원을 상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덧붙여 재정지원을 이유로 과도한 감사가 이뤄지면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한다. 사립유치원이 집단으로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은 이해해 볼 수도 있겠다. 다만 실력행사를 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가장 먼저 지적할 대목은 교육경쟁력이다. 사립유치원 측은, 재정지원의 차이 때문에 국공립유치원의 경우 교육비가 거의 필요 없지만, 사립유치원의 경우 10만~20만 원의 납입금을 내야 하고, 여기서부터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그것만으로 국공립유치원이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불투명한 회계를 비롯, 그동안 여러 차례 불거져 나온 각종 문제점에 대한 성찰은 어쩐지 빠져 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교사인건비와 누리과정 지원비가 국고에서 지원되는 상황에서 회계감사를 회피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상황도 석연치 않게 보일 수 있다.

앞으로 정부와 사립유치원 단체의 대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정지원과 회계감사 같은 문제는 타협으로 풀어나갈 길이 있다고 본다. 관건은 학부모의 지지를 받는 결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방향은 유아 교육기관의 공공성 강화와 교육품질 제고에 있다. 그런만큼 자녀를 볼모로 흥정하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하고 정부 역시 충분한 대화과정을 통해 양측의 효과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마련에 집중해야 한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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