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똑같은 일, 되풀이되지는 말아야 한다
[충남시론] 똑같은 일, 되풀이되지는 말아야 한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7.10.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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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움과 편안함이 가득해야 할 한가위였지만 올해 추석 명절 귀성길 사람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6·25 후 최대의 안보위기’가 조성된 데다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였다.
추석을 맞아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가 주부들의 마음은 무겁게 하기도 했다. 또 바늘구멍 만큼 좁아진 취업관문을 뚫어야 하는 청년층의 어깨도 그렇다.
이처럼 안보와 경제여건이 좋지 않지만 국민들의 힘만 모으면 어려움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가위로 인해 그동안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새 출발에 나서는 재충전의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된다. 귀성길 좌우에 펼쳐진 황금빛 벼와 활짝 핀 코스모스, 장시간 운전에 지친 모두를 따듯하게 맞아주신 부모님,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로 하여금 활력을 얻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야 정치권은 추석 민심잡기에 부심했다. 추석 민심의 흐름이 내년 6월 지방선거의 향배를 가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 추석 연휴는 역대 최장의 기간, 이동 인원 역시 최대 규모였다. 이들이 한데 뒤섞여 어느 때보다 거대한 민심의 물줄기를 만들어 냈다. 때문에 정치권은 여론과 민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추석 연휴 차례상 화두는 단연 안보와 경제였다. 북한과 미국 간 말폭탄 던지기가 실제 전쟁으로 연결될지, 그렇다면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갔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은 정파이익에 매몰된 채 과거사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이어 전전직, 심지어 전전전직과 전전전전직 대통령까지 끌어 들이며 연일 볼썽사나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민심을 잡겠다면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헤아리지 못하니 정치가 3류, 4류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연휴 동안 정치권이 할 일은 민심잡기는 커녕 민심을 제대로 읽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여야는 추석을 정쟁의 기회로 삼고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지치층을 결집하는 데만 너무 열중하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바를 청취해 정책과 입법에 반영하는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
특히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떻게 국력을 결집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검찰의 칼 끝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하면서 전전 정권과 현 정권,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대치 전선이 확대되는 듯해 바람직스럽지 않다.
적폐는 과거의 유산에 대한 것이지만 청산은 미래 지향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적폐 청산은 특정인, 특정 세력에 대한 응징이나 보복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폐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의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추석 명절을 맞아 우리 정치권이 한가위의 의미를 한 번 되새겨 봤으면 싶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를 뜻한다. 둥근 원은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와야 원이 될 수 있고 작은 눈뭉치는 앞으로 굴려야 큰 눈덩이로 커질 수 있다. 지난 과거를 성찰하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꿈꿀 때 지금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보름달처럼 ‘크고 둥근 마음’, ‘크고 둥근 정치’가 필요한 때다.
적폐청산의 과정이야 말로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강조했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적폐청산이 불필요한 정치보복 논쟁으로 비화되서는 안 된다.

전직 대통령도 당당하게 진실규명에 협조하고 책임질 것은 지겠다는 자세가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와 여권도 지나친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과거적폐 청산에만 매달릴 때도 아니고 그것이 진보·보수 편 가르기나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안보와 민생 위기가 심각한데 과거사에 국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 혁명에 힘입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 된 것 같다. 과거 정권에서 자행된 폐단을 샅샅이 찾아내 불법행위자는 지위고하 없이 엄단하여 다시는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적폐청산은 당연하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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