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레고의 위기
[양형주 칼럼] 레고의 위기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10.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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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세계적인 어린이 완구업체 ‘레고’에 커다란 위기가 닥쳤다.
실적이 부진해서 85년 레고 역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종업원 1400명의 감원을 발표했을 정도다.
2003년 파산위기 이후 레고는 뼈를 깎는 혁신을 시도하여 10년 이상 승승장구 했다. 디지털 장난감이 쏟아지는 환경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성장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률이 무려 33%에 이르러, 완구업계는 물론 제조업을 통틀어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레고가 2003년에 겪었던 위기는 레고블록이 갖는 자체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레고의 기본특허가 만료되면서 유사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레고를 한 세트 갖고 있으면 자녀 손자 대대로 물려줄 수 있기에 더 이상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재구매율이 떨어지고, 가격경쟁력도 밀렸다. 이 때 레고가 집중한 것이 레고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이었다.
레고는 단순한 블록을 통해 얼마든지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었다. 단순성, 연결성, 확장성이 레고가 갖고 있던 장점이었다. 레고는 이 장점을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성공한 컨텐츠에 접목시켰다.

레고를 통해서 스타워즈의 멋진 우주비행선을 만들고, 또 멋진 우주 기지를 만들고, 닌자들의 전쟁현장을 만드는 콜래보레이션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어 지난 10년간 매출이 무려 5배나 성장하면서 경이적인 30%대의 이익률을 올렸다.
그런데 이랬던 레고의 매출이 갑자기 급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마인크래프트’라는 2011년 스웨덴에서 출시된 게임 때문이다.
마인크래프트는 ‘온라인판 레고’였다. 게임에서 블록을 갖고 마을을 지을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에서 마인크래프트의 평면 넓이는 한 면당 3000만 블록으로 총 90조의 블록이 제공된다. 높이는 256블록까지 쌓을 수 있다.

이렇게 되니 물리적 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상상력을 갖고 마음껏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레고의 본질이 온라인을 통해 혁신적으로 확장된 것이다. 반면, 레고사의 콜래보래이션 시리즈는 설명서에 나오는 테마 외에는 다른 것을 만들 수 없었다. 이전의 확장성이 오히려 제한성 안에 갇혔다.
이처럼 혁신은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상황에 맞게 본질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구현해 내는데 있다.

나라 안팎으로 여기저기서 구습을 청산하고 혁신을 하자고 외친다. 그러나 모양만 다르지 구습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경우가 참 많다. 혁신은 구현해야 할 본질을 시대의 상황에 맞게 최적화 하여 구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혁신의 대상이 본질적인 부분인가, 상황적인 문제인가? 이것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면 다람쥐 헛바퀴 돌리듯, 열심히 하지만 무익한 결과로 끝날 것이다.[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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