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균 칼럼] 청년일자리,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오노균 칼럼] 청년일자리,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 오노균 박사/충북대학교 초빙교수
  • 승인 2017.10.17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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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빚을 갚을 수 없어 법원에 개인 파산과 면책을 신청하는 20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할 수 없는 구조 중에는 대출사들의 쉬운 유혹만큼이나 절제된 자금사용을 하지 못하는 젊은 나이의 무절제 외에도 이들에게 안정적인 생활자금을 제공하지 못하는 일자리 부족이 가장 크다.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은 많고 일자리는 적기 때문이죠. 그래서 명문대 나온 청년들도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저 역시 정말 힘들게 취업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워낙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전공을 살리지 못해서 적성에 맞지가 않아 일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최근 4년 동안 20대 파산 신청자가 1.5배나 급증했다. 남은 빚을 더는 갚지 않도록 해달라는 20대 면책 신청자도 1.2배나 늘어났다.
학자금 대출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가 일부 자격취득 제한과 합명·합자회사 취업제한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개인파산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20대 개인파산·면책 신청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재정적 고통을 겪는 20대가 많다는 의미다.
언제부턴가 정권때마다 청년실업문제는 정책 최우선 현안이 될 만큼 중요한 영역으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대책이 남발되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왜 그런 것일까?

일자리는 많으나 갈만한 일자리가 없는 이유가 가장 크다. 대기업 취업에 올인하는 청년의식과 문화가 원인이다. 양질의 중소기업들은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한다 해도 갖가지 이유로 기피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양해야 할 가장 큰 의식개선사항임은 분명하다. 물론 안정적 일자리에는 높은 연봉과 비전을 충족시키는 요소가 전제조건임은 당연하다.
정부나 정치권은 이런 참담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출산장려정책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도 개선되지 않은 것은 청년실업문제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은 경제적 불안과 정신적 황폐를 동시에 가져오고 이는 미래를 설계할 비전을 갖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늦은 결혼과 낮은 출산율이 결국 일자리 불안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이유로 새로 창출되는 괜찮은 일자리 수가 매년 고용시장으로 진입하는 청년 수보다 적기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05년부터 연평균 신규 일자리 창출 수는 30만 개 수준에 머물렀고 2008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겨우 14만 4000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인력은 매년 40만에서 50만 명이나 되어 청년들의 취업여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문제는 전체 일자리 수 증가와는 무관하게 청년일자리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층 일자리 수는 2006년 18만 개 이후 2017년 6만 8000개,2008년 11만 8000개, 2012년 12만 7000개 등으로 지속적인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2010년에는 전체 일자리는 전년보다 31만 3000개가 증가했지만 청년층 일자리는 오히려 8만 5000개가 감소했다. 이는 전반적인 일자리 수의 증가와는 상관없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어 청년취업의 악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 결과 생활자금이다 학비다 하여 자금부족으로 인한 청년들은 유혹에 쉬운 고금리 대출 등에 의존하게 되면서 파산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불과 1년 전 일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용역업체 직원이 수리도중 열차와 스크린 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스크린도어 오작동을 신고 받고 혼자 현장에서 점검에 나서다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상시 2인 1조로 근무하도록 돼 있지만 사고 당일도 또 사고이후 개선을 약속한 뒤에도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자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는 결국 비정규직의 처우와 외주용역화의 폐단, 청년일자리의 근본적인 문제, 위험업무에 대한 관리소홀 등 사회적 공분으로 확산됐다.

아까운 19세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간 구의역 참사 1주기. 지난 1년 동안 우리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정치권은 1주기를 맞아 비정규직 감소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일자리 증대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은 여전히 공분으로 가득 차 있다. 아니 공분 그 자체다. 지키지 못할 정책을 나열식으로 쏟아 낸 정부를 믿을 수 없고 사악한 정치권은 더더욱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마냥 취직이나 취업이 마치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회환경이 빠르게 4차산업으로 급변하고 있다. 그것은 이제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가고 수시로 생존을 위해 물이 나오는 우물을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오고있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취업 준비만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청년들도 나이가 들 것이며, 한 해 한 해 갈수록 새로운 경쟁자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청년들이 열정적이고, 약간은 무모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 가슴속에 있는 뜨거운 야성을 끌어내 패기 있게, 가능성 있는 도전을 해볼 수 있어야 한다.[충남일보 오노균 박사/충북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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