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시간 단축은 정석으로 해야 한다
[사설] 근로시간 단축은 정석으로 해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10.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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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행정해석은 정부가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나 이는 편법이다.
그래서 물도 급히 들이키면 체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초조한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을 바꾸는 게 정석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몇 년째 국회에 발목을 잡혀 있다.
박근혜 정부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현행법상 주당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월~금요일 닷새간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연장근로는 12시간까지 허용한다.

때문에 두가지 근로시간을 합치면 52시간이다.그러나 실제론 주당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여기서 행정해석이 등장한다. 정부는 ‘일주일에 토·일요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길게 일하는 나라로 꼽힌다. 이유야 어떻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감안하면 근로시간 단축 검토의 필요성은 있다.2015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천776시간을 크게 웃돈다.
이렇게 긴 근로시간을 줄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국회에선 관련법의 통과가 안 되는 걸까. 고질적인 갈등이 있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주는 게 원칙이다. 노조는 이를 거부한다. 지금 하루 10시간 일하면서 월 300만 원을 받고 있다면, 앞으로 8시간을 일해도 300만 원을 달라는 것이다.
어느 기업도 수용하기 힘든 요구다. 이래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유예기간을 둔다 해도 결국은 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가 여의치 않자 정부 독단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두고 국회 압박용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경쟁력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여러가지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생산성 향상 논의없이 무작정 근로시간만 단축하면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생산성 향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동비용마저 줄지 않는다면 어느 기업이 살아남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단지 대선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인다면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생산성 제고와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의 희망과 달리 근로자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맞물려 일자리는 되레 줄어들 수 있는 독이 될 수도 있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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