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칼럼] 브렉시트와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암시하는 것
[김창현 칼럼] 브렉시트와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암시하는 것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7.11.06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유럽에서 들려오는 가장 뜨거운 뉴스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였다. 2016년 6월 24일, 영국은 브렉시트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51.9%가 탈퇴를 지지했다. 그 여파로 캐머룬 총리가 사퇴하고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 절차를 밟고 있다. 이로써 영국은 유럽연합이 생긴 이래 최초로 탈퇴한 국가로 기록되었다.
그 자신은 잔류파이지만, 탈퇴파의 정서를 설명한 다니엘 튜더의 글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그 글의 포인트 중 하나는, 영국은 런던과 침체된 공업지역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지역 간 감정골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이다. 잘 나가는 런던이 서비스 산업과 금융으로 융성하는 동안, 리버풀, 맨체스터, 선덜랜드 등 쇠퇴한 제조업 지역에서는 불만이 모락모락 싹트고 있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탈퇴파는 경제적 우려를 알면서도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탈퇴’를 지지했다고 한다. 우려한 대로, 1년이 지난 영국은 파운드화의 가치하락에 따른 각종 공산품과의 물가상승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유럽에서 들려오는 가장 뜨거운 뉴스는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운동이다. 사실 이 지역 독립운동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더 심각한 듯 하다. 용감하게도, 카탈루냐 지방의회는 독립국가 선포안을 가결시켰다. 뿐만 아니라, 분리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였고 90%의 주민이 찬성표를 던졌다.
스페인 정부는 이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몰수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여 800명 이상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한편,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주도한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스페인 정부의 체포영장을 피해 벨기에로 피신했다. 결국 그는 벨기에 경찰에 자진출두하여 곧 본국 송환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견, 카탈루냐 지역의 분리 독립은 정치적 이유가 있다. 카탈루냐 민족은 프랑코 독재 이전까지 오랫동안 독립적인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카탈루냐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약 900만 명이 여전히 이 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 부유함과 민족적 소외감의 화학작용이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은 스페인 지역총생산(GDP)의 18-20%를 차지할 정도로 부유한 지방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스페인 경제에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혜택에서는 소외되고 있다고 느낀다.

카탈루냐는 오랜 숙원인 분리-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까?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하여 주변 국가들 대부분 분리-독립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무부 역시 스페인 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의 반대이유는 분리-독립 움직임이 2차 대전 이후 간신히 일궈낸 유럽의 평화를 깨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면, 전 세계의 분리-독립운동에 기름을 부을 위험도 있다. 당장 스페인은 카탈루냐가 독립한다고 하면, 스페인의 바스크 지방도 독립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사실 유럽 전역에 이런 분리-독립운동의 씨앗이 없는 나라는 드물다. 이번 카탈루냐의 주민투표 역시 2014년 스코트랜드의 분리-독립 투표에 영향을 받았다. 당시 스코트랜드 주민들은 독립이라는 ‘명분’보다는 잔류라는 ‘현실’을 선택할 만큼 현명했다.

일견 브렉시트와 카탈루냐의 분리-독립운동은 별개의 사안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두 사건 모두 지역간 경제적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문제는 지역양극화를 해소하려는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양극화로부터 파생된 주민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 말로 불필요한 사회갈등으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