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얼음판 차분히 걷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설] 살얼음판 차분히 걷는 지혜가 필요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11.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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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문제로 한, 중 양국이 수교 25년 역사상 최악의 고비를 맞았지만 이번 한, 중 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미래를 약속한 것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엔 여전히 불안함이 남아 있다.
급변하는 한반도, 동북아 정세에 비춰 언제 다시 양국 관계가 제2의 사드 급류에 휘말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미, 중 양강구도가 확연해지면서 양국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인도, 태평양 전략 역시 세계 패권 구도의 연장선장이다. 사드 사태에서 확인했듯 한, 중 관계 역시 미, 중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두 나라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의 요청을 수용해 주한미군 내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성의있게 설득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통보 형식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도 있다.

중국 역시 자국의 안보적 이익을 앞세워 상대국의 안보 주권을 무시하는 자세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 중 관계 정상화는 빠를수록 좋지만 동등한 주권 국가로서 상대국을 존중하는 관계로의 복원도 전제돼야 한다. 두 나라의 미래를 향한 협력을 다짐하기에 앞서 제2의 사드 사태를 막는 새로운 상생의 틀도 필요하다고 본다. 거대한 시장을 지렛대로 자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관철하는 중국식 대국주의에 대한 정교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동북아 역학 관계를 변화시키면서 한국 외교의 시련과 고민도 고려해 볼 일이다. 한국은 자칫 의구심으로 덜커덩거리는 한, 미 동맹 속에서 일본과는 역사 갈등, 중국과는 안보 갈등을 겪는 사면초가의 상황 속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중 정상은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와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러나 강대국의 달콤한 말과 선의에만 운명을 맡기기엔 현실은 냉혹하고 가변적이다.

아세안 국가들처럼 다자적 그물망을 생존과 자존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미, 중 사이에서 비슷한 처지인 일본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는 동북아 다자적 관계 형성의 출발점은 될 수 없을까.
베트남에서 열린 외교 제전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 두 나라 정상은 외교적,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북핵, 미사일 고도화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빠졌다는 점이 그렇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사드 보복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 억지로 사과를 받아 낼 수는 없지만 다음달 베이징 한, 중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경제 및 기업의 피해 사실을 어떤 식으로든 거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제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얼마나 실천하는지에 달렸다. 한국 정부도 내달 정상회담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압도적 힘을 가진 거인들에게 둘러싸인 중견국 한국이 주변 강국들의 힘과 무게에 질식되지 않고 자존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얼음판일수록 주변을 살피며 차분히 걸음을 떼는 지혜가 필요한 줄 안다. 그래서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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