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재난을 대하는 시각
[한내국 칼럼] 재난을 대하는 시각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11.16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수능시험이 연기됐고 해당지역민들의 고통과 함께 안전문제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상 두번째 큰 충격의 지진 강타로 전국이 모두 지진공포에 휩싸였으며 순식간에 한국 전체가 패닉충격에 휩싸였다.
순식간에 덮친 지진공포는 그러나 신속한 정부의 대처능력으로 그나마 이로인한 혼란이 최소화되면서 안도감을 주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그렇지만 앞으로의 피해를 고려하면 자연재앙이 얼마나 큰 고통으로 후유증을 동반하는 것인지를 새삼 각성케 한다.
지난해 경주를 뒤흔든 규모 5.8의 유례없는 지진에 이은 포항을 덮친 5.4 지진의 강습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발생하면서 시험이 불가피하게 일주일 뒤로 연기됐다. 자녀들의 안전을 고려한 정부의 조치때문이다.

지진의 공포는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공포는 ‘보이지 않는 위협’때문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뒤따라 오는 여진은 그 공포를 더욱 키우는 것이어서 이를 겪은 후 남겨진 트라우마 치료에도 절대적 안정과 주변의 배려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수험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안전시설 점검도 신속하게 이뤄질 예정인데 문제는 이 땅 전체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재삼 확인된 것.
이번 지진은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는 물론 음식점 분야와 여행업계 등으로부터 모든 산업의 손실을 불가피하게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절실하다. 재난이 불시에 닥쳤을 때 이를 대처하는 방식과 자세를 보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

어제까지 으르렁거리며 서로 대립하고 갈등했던 우리 정치권이 지진에 맞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것은 그나마 매우 다행이다.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는 중니가 말하길 ‘뜻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간과 쓸개도 초나라와 월나라 같으며(肝膽楚越也), 뜻이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물도 모두 하나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또한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유협(劉 )이 지은 문심조룡(文心雕龍) 비흥(比興)편에는  물체가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할지라도 합치고 보면 간과 쓸개처럼 가까운 사이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간담(肝膽)이란 본시 관계가 매우 가까운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회남자(淮南子) 숙진편에서는 肝膽胡越(간담호월) 이라 하였는데 간담초월(肝膽楚越)과 같은 표현이다.

이는 간과 쓸개의 거리가 초나라와 월나라의 관계처럼 멀다라는 뜻이며 비록 거리상으로는 서로 가까이 있지만 마치 매우 멀리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경우를 비유한 것이다.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도 입장에 따라서는 멀어질 수도 있고, 또 서로 다른 관계가 있는 것일지라도 형편에 따라서는 가까워질 수 있다.
모든 것이 생각의 차이고 관점의 차이이며 또 신념과 정체성의 차이다. 그러니 한 민족의 재난을 보는 지도자나 국민 모두의 마음 역시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방관도 또 합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대변인은 이번 재난에서 청와대의 숨가쁜 대응을 준비하면서 ‘처음이라 몹시 당황스러웠다’는 표현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것이라도 마음이 하나라면 아무리 먼 관계라도 함께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앞으로 경주나 포항 지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 가능성이 큰 시설부터 순서를 정해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그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특히 원전은 지진에 뒤따르는 위험성이 가장 큰 시설인 만큼 노후 원전을 중심으로 내진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재난관리 당국은 국민이 지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재난 앞에서 한마음으로 서로 의지하는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 이 역시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