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폐청산 앞세워 균형 잃어서는 안 된다
[사설] 적폐청산 앞세워 균형 잃어서는 안 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11.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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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예사롭지 않다. 검찰이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수수 및 횡령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전 전 수석의 소환 소식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인 청와대 정무수석을 향해 칼끝을 겨누자 ‘검찰발 사정한파’가 본격적으로 휘몰아치는 게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의 고위 인사가 부패 혐의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된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검찰이 자신에 대한 소환 방침을 밝히자 전 전 수석은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없다면서 사의를 표명하고 결백을 주장했다.  여권 핵심인사가 검찰에 소환된다는 소식에 야당 정치인에게도 사정 드라이브가 강하게 펼쳐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검찰은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조사 할 방침이다.

최 의원은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수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친박 성향인 원유철 의원에 대한 지역구 사무실도 압수수색 하는 등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도 압수수색하고 비자금 조성 여부 수사도 착수했다.

비자금 수사는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대규모 정·관계 로비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와 정치인 비리 수사가 ‘정치보복’이나 ‘검찰개혁 반발’로 해석하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무근임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비리 혐의가 있다면 성역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적폐수사나 정치인 비리 수사와 별개로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사정의 칼날을 바르게 휘두를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비롯해 개인비리 의혹을 받는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됐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때문에 최근 상황도 역대 정권의 집권 초기 사정정국과 다르지 않다.
권력 유지를 위해 기획된 정권 차원의 사정은 결국 야당 탄압과 인위적인 정계개편으로 이어졌던 점을 생각하면 검찰발 사정한파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적폐청산을 앞세워 창고에 보관하던 자료를 꺼내 개인과 기업을 훑어내는 식의 실적주의 수사는 위험하다. 의욕만 앞세운 수사는 균형을 잃고 장기적으로는 실패로 판명되곤 했다.
검찰이 과거 잘못된 사정 방식을 관행적으로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만에 하나 일부 주장처럼 누군가가 기획하고 지시한 것이라면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대형 사건 수사가 끝나고 나면 검찰이 ‘정치권의 시녀’라는 말로 국민 불신을 체감했기 때문이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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