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寅鐵 칼럼]나도 재미 좀 봐야겠다면
[金寅鐵 칼럼]나도 재미 좀 봐야겠다면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08.03.16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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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5월 총선에서 당당히 전국 의석 54석을 차지하며 자유민주연합을 원내 제3당의 반열에 오르게 한 김종필(JP) 전 총재가 총선후 어느 사석에서 한 말을 가상해서 해보면 이렇다. “충청도 핫바지론에 힘입어 지역바람 재미 좀 봤지유”
사실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고른 의석 확보로 전국정당화가 가능했고, 그 중에서도 충청은 석권하다시피 하면서 이룬 결과였다. 지금은 김 전 총재가 한참 지고도 진 서산의 해가 되었지만, 당시를 기억하는 여의도 국회 정치부 기자들은 그때가 충청지역 출신 언론사 기자들로서도 호시절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당사건 국회 본관이건, 자민련 소속 의원회관이건 가는 곳마다 먹을 떡이 그만큼 많은 시절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고 2년 뒤인 2002년말 벌어진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긴 뒤 역시 사석이건 공식 인터뷰에서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충청도에 행정수도 옮긴다고 해서 재미 좀 봤지요” 대선 당락의 표차가 불과 50만표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충청지역에서의 압도적 지지는 이미 승패를 뒤집는 그 이상의 호재였다.
행정수도가 처음 나온 말이 아니었음에도 선거 공약으로 통하면서 ‘정말 재미’를 본 셈이다. 흔히 신문 제목에 중원(국토의 중간부분을 차지한다고 해서)을 이기는 쪽이 선거에서 이긴다는 식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같은 역대 선거의 결과에서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이 충청에 공을 들이고자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다시 맞는 오는 4월 제 18대 4·9 총선. 일찌감치 충청을 기반으로 한, 더 솔직이는 여타 지역으로 약진할 기력이 부족한 면이 더 많았던 국민중심당을 끌어안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3수 실패 끝에 새로이 자유선진당을 창당한 곳도 다름 아닌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내세워서다. 이번에는 자신이 ‘재미 좀 봐야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 총재는 항변한다. 자신은 어느 정치 지도자들보다도 충청에 기댈 연고가 충분하고, 지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이유가 있다고 말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은 아니지만 선친의 선영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번 총선에서 당 안팎의 논란 속에 굳이 서울 수도권이 아닌 홍성예산 지역구 출마를 선택한 것도 그 이유고 이곳을 중심으로 사방 팔방 충청권 전역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계산에서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는 흔히 말하는 인간적인 소외, 곧 인생 말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파당한 것과 다름아닐 것이다.
다 떠나서 문제는 바람이고, 그에 대한 답도 바람이다. 장수가 전장에 들고 나는 것은 다분히 고도의 전략에 의한 것이지만 그의 충청지역 출마를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그의 전략대로 지역에 자유선진당 바람이 강하게 일어 대성공을 거둔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전략의 실패를 면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개혁공천을 앞세운 공천 흥행에 힘입어 양강구도를 거의 굳힌 것으로 분석되는 연고에서다. 그 틈바구니서 군소정당들이 과연 얼마나 파고들지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 전 총재 측은 ‘바람만 불어준다면’ 하고 되뇌이고 있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당초 목표로 한 100석 이상은 물론이고 50석 안팎의 의석을 건지는 것도 비관어린 전망이 많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선 교섭단체 구성선에 해당하는 20석을 건지기도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란 분석을 하는 쪽도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제발 바람아 불어라’ 하며 기풍제(祈風祭)라도 올리고자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여간 안쓰러운 일이 아니다.
한가지 훈수를 두어 준다면, 어차피 어렵다면 그깟 기풍제 같은 것이나 생각할게 아니라 남은 기간만이라도 힘차게 이슈파이팅을 하여 충청지역민들의 가슴에 와닿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언제까지 바람만 기다리며 횡재하길 바랄까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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