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칼럼] 고양이를 영접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자세
[김창현 칼럼] 고양이를 영접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자세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7.12.04 15: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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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사피엔스에 의해서 점령된 지구에서 네 발 달린 포유류의 삶은 팍팍해 보인다. 소나 돼지처럼 고기를 위해 강제사육 당하지 않는 것은 다행일지 모르나, 덩치 크고 느려터진 잡식동물인 호모사피엔스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고양이 입장에서도 상당히 스트레스 받는 일일 것이다.

야생의 먹이가 없는 도시의 길냥이(길 고양이)가 되는 것은 더욱 끔찍한 일이다. 오늘은 고양이의 친구가 되고 싶은 호모사피엔스를 위해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고양이는 마음이 편안할 때, 그르릉 소리(purring)를 낸다. 한 심리학 실험연구에 따르면 이 소리는 호모사피엔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이 그르릉 노래는 애묘인들 사이에서는 ‘골골송’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허할 때 들으면 최고의 보약이다. 가끔 “고양이야, 제발 골골송 들려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이다.

고양이는 머리와 목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매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기분이 좋을 때 믿을 만한 상대가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럴 때 고양이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손길을 음미한다. 소위 ‘목르가즘’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호모사피엔스가 계속 만지게 되면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통증을 느끼면 즉시 문다. 그 다음에는 내가 언제 목르가즘을 느꼈나는 듯 시큰둥한 눈빛을 발사한다.

고양이는 고독함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양이가 반사회적이라는 것은 오해이다. 때로는 고양이도 경계심이 풀어져 좋아하는 상대에게 머리를 비비며 애정을 표시한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홀로 사냥에 나서지만 1km 정도의 경계 안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영역을 분할한다. 또한 고양이는 호모사피엔스에게 당당하게 사료 내놓으라고 요구할 정도로 상대의 역할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고양이는 움직이는 사냥감에 매력을 느낀다. 이미 죽어버린 고기는 어떤 독성을 품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살아 날뛰는 사냥감을 만나면 고양이의 눈은 사냥의지로 빛난다. 그리고 사냥감을 일단 앞다리로 잡게 되면 뒷다리로 사정 없이 공격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성난 고양이를 안다가 이 뒷발차기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뒷발차기 공격은 소위 ‘냥펀치’라 부르는 앞발 공격과는 차원이 다르게 날카롭다. 집사들은 고양이 발톱을 자르거나 목욕을 시키다가 이 뒷다리 공격에 피를 보기도 한다.

고양이 변을 일명 ‘맛동산’이라고 부른다. 집사들은 아침마다 모래에서 감자 캐듯 맛동산을 건진다. 막 배변을 마쳤을 때는 만지지 않아도 고양이의 온기가 변에서 모락모락 느껴진다. 호모사피엔스는 오늘도 제 때 좋은 변을 해줘서 고맙구나 하는 마음으로 변을 치우게 된다.

고양이도 생물인지라 가끔 사고를 친다. 이불에 소변을 볼 수도 있고, 손가락을 아프게 깨물 때도 있다. 필자는 미성숙한 집사인지라 가끔 그런 행동에 화가 날 때도 있다. ‘쓰읍’하고 화를 내면 고양이는 호모사피엔스를 똑바로 보면서 당당한 표정으로 윙크를 날린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고양이를 탓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한 호모사피엔스는 “고양이를 잘 키울 생각을 하지 말고, 고양이가 당신을 잘 키우게 만들라”고 말한다. 이 문장은 밥과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고양이보다 심리적으로 우위에 서고 싶다는 호모사피엔스의 심리를 꼬집는다.

고양이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뒷발차기를 날린다. “네가 밥을 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 주인이라고 착각하지는 말라”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듯.

가끔 고양이는 장난감 쥐인형을 침대 밑에 가져다 놓는다. 게으르고 사냥능력마저 없는 호모사피엔스가 굶을까 걱정하는 고양이의 측은지심이 느껴져서 필자는 한참 동안 쥐인형을 치우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국내산 닭가슴살을 잘게 찢고, 거기에 황태가루를 살포시 무쳐서 고양이에게 대접한다. 호모사피엔스를 자신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고양이의 입으로 황태가루 묻은 닭가슴살이 야무지게 들어간다.

 

※주의사항: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입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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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6 10:18:38
고양이 변은 감자 아닌데?? 따끈하다는 그것은 맛동산.

ㅋㅋㅋㅋ 2017-12-06 11:47:07
기사 잘봤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