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막말 일삼는 대전시 공무원들
[김강중 칼럼] 막말 일삼는 대전시 공무원들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7.12.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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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고 영혼이다. 사람들은 말로 인해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말을 많이 하다보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하기보다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귀명창’이 돼야 한다. 딴 세상을 사는 정치인들은 논외로 하자.
공무원 막말이라면 단연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이다. 그는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고 신분제를 운운하다 공분을 샀다.
술자리에서 영화 ‘내부자들’ 대사를 인용해 국민을 개·돼지로 비유하다 설화(舌禍)를 입었다.

그는 어차피 모두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혀를 놀렸다. 그것도 기자들 앞에서 국민을 무시하는 막말은 구업(口業)이 되어 파면됐다. 
그의 개돼지 발언은 촛불 민심을 적잖게 자극하는 도화선으로 비화됐다.
말은 이렇게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흉기가 될 수 있다. 말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의식과 철학이 묻어난다.
요즘 대전시 공무원들의 잇따른 막말이 실로 가관이다.
지난달 24일 대전시 시의회 예산안 심의에서 A의원은 준비 부족을 질타했다. 그러자 해당 국장이 발끈하면서 심의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내용인즉 이렇다. A의원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매봉공원 아파트 건설사업을 언급하며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사업 검토의견서 회신 여부를 물었다.
담당국장은 ‘아직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잠시 뒤 담당이 B국장에게 귓속말로 전하자 ‘구두로 받았다’고 번복했다.
A 의원이 재차 따지자 B 국장은 ‘금강환경청으로부터 회신 받았다. 잘못 답변했다’며 사과했다.
A 의원은 주민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이어서 챙겨야 할 현안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실망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질책하자 B 국장은 ‘실망하라’고 응수했다.
 
이 정도면 ‘당신 마음대로 생각해’라는 식이었다. 수일 전 음폐수처리시설에 대한 집행부와의 앙금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말을 따져보면 A의원에게 국한된 문제만이 아닌 시민들에게 대든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이 궐위된 가운데 업무 소홀은 물론이고 기강해이와 자질문제까지 거론됐다.
이 뿐이 아니다. 사흘쯤 지났을까. 시의회 복지환경위의 시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한 예산안 심사에서도 재연됐다. C 의원은 며칠 전 ‘행감’에서 세종시2단계 용수공사 설계오류 대한 상수도본부의 답변을 문제 삼고 사과를 요구했다.
C 의원은 전체 구간 가운데 1구간에 지하매설물이 있는데도 국토관리청과 제대로 협의가 안됐다는 점을 환기했다.

상임위에 출석한 상수도본부 D 기술부장은 종합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몸을 낮췄다.
C 의원의 질타가 계속되자 E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며 이해를 구했다. C 의원은 거짓과 숨김이 있어선 안 된다며 E 본부장을 다그쳤다. 그러자 E 본부장은 ‘그러면 어떻게 답변하느냐’며 ‘배 째라’라는 태도였다. 이내 험악한 분위기로 돌변했고 정회가 선언됐다.
이 같은 사례에서 대전시 국·과장들의 수준과 정서가 쉽게 가늠된다. 이처럼 방자한 부정적 파장은 어디서 연유됐을까. 충남도와 대전시가 분리되면서 비롯된 저급한 정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못된 것은 쉽게 배운다고 했다. 그의 후배들도 세상 흐름을 외면하며 공급자 습성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대전시청을 오랫동안 출입하면서 이런 고압적 태도를 숱하게 겪었다.
시정을 잘 이끌어달라는 지적을 시비로 여기고 저열하게 광고청탁으로 오해한다. 
제보에 대해 확인이라도 하면 어느 간부는 정보공개를 하라며 생뚱맞은 소리를 해댄다.
예민한 부분을 취재하면 부처의 법규를 들먹이며 ‘말귀를 제법 알아듣는다’며 비아냥이다.
또 잘못된 행정에 대한 결과를 지적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로 여기고 항변한다.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고 권한만 남용하는 사례를 매일 목도한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술 한 잔, 광고 하나로 사실과 진실을 호도하는 하이에나 속성의 기자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올바른 공무원이 많듯 당당하게 외길을 걷는 기자들도 나름 있다. 역동적인 의원활동을 벌이는 의원들도 많다.
의원들은 사무감사를 통해 시정을 결산한다. 기자는 묻고 듣고 적어내는 일이 기자들의 업무다.
감사기간 중 의원이나 기자라서 대우받을 건 없다. 하지만 시민의 대표와 대변자를 경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차제에 신분을 망각한 공직자의 행동과 막말은 자제돼야 옳다.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소중히 하고 직무에 충실하며 시민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가뜩이나 시장(市長)도 없는데, ‘애비 없는 호로’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충남일보 김강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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