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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시론] 존엄사법 시행, ‘임종 문화’도 변하고 있다
임명섭 주필  |  limmo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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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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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면 피할수 없 것이 죽음이다.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를 하다 죽어 가는 사람들이 한 해 3만 명을 넘어섰다. 그래서 최근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웰다잉 법)에 대해 높은 관심이 되고 있다.
환자가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를 원하지 않을 경우 병원에 작성해 내는 ‘사전의료의향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잘 죽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잘 사는 문제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기 때문일까?
지금은 집보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흔하다. 생명을 연장하는 의술이 발전되어 말기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이 더 복잡해졌다. 현대 의료는 환자의 사망에 이르는 시간만을 연장하는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 과정이 더 고통스러워 삶의 마무리를 위해 세계적인 사회 추세가 ‘존엄사’에 집중되고 있다.

존엄사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존엄사는 ‘소극작인 안락사’ 혹은 ‘연명치료의 중단’과 관련이 있다. 국내 첫 존엄사의 사래는 김 할머니로 17년 전 숨을 거뒀다.
김 할머니는 당시 폐 조직검사를 받다 출혈과 심호흡정지로 인해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가족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병원 측과 기나긴 법정 공방을 벌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원심판결을 만장일치로 확정이 됐다. 김 할머니는 법적으로 국내 최초의 존엄사 허용 사례로 기록되면서 존엄사의 논쟁이 이때부터 본격화 됐다.

국회에서도 존엄사 조건과 절차를 다룬 연명의료결정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생겨 임종을 앞둔 환자가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자의로 중단할 수 있는 존엄사가 내년 2월부터 자유로워진다.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크게 바꿔데 이어 ‘임종 문화’도 변하면서 존엄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존엄사는 시대적 요구이자 세계적인 추세이나 아직은 윤리적, 종교적 논란과 부작용에 감춰져 법 시행 전 문제점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존엄사 결단은 참으로 힘들 것이다. 하지만 존엄사가 법적으로 시행돼 사회적 공론의 장이 열리게 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안락사는 의도성이 있는 반면, 존엄사는 자연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 다르다.

존엄사의 첫 사례인 김 할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인간답게 살 권리’뿐만 아니라 ‘인간답게 죽을 권리’도 주장하며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겨놓고 세상을 떠났다. 다른 나라에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존엄사 허용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존엄사가 허용되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환자의 뜻과 관계없이 치료를 중단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존엄사를 위한 사회적 준비와 시스템 구비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법 시행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라면 가족 합의를 거쳐 존엄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됐기에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피할 수 있는 근거도 뒷받침 되고 있다. 물론 존엄사는 생명을 다루는 중대 사안인 만큼 정부와 의료계는 철저한 점검과 깊은 논의를 통해 꼼꼼히 챙겨야 할 일은 분명하다.

선진국인 미국을 비롯한 영국·프랑스·일본·대만 등은 오래전부터 존엄사를 벗어나 안락사 까지 인정하고 있고,네덜란드는 2002년부터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존엄사를 수용할 의료시설 등이 부족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간 혼선과 갈등을 빚는 게 의료 현장이여 대책이 시급하다.
존엄사를 희망 환자를 수용할 호스피스 병동 등 의료 관련 인프라가 형편없다. 전국의 호스피스 전문 의료기관은 80여 개소가 있고 병상은 1320여 개가 전부다.
그렇다 보니 이용률이 높은 말기 암환자의 경우 17.5%의 이용에 그쳐 미국의 52.0%,영국 46.6% 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 그나마도 수도권과 대도시에 호스피스 병동이 몰려 있고 지방은 열악해 혜택을 보기에 힘겹다.

수도권과 대도시는 시한부의 운명에 처해 있으나 밀고 들어오는 환자로 떠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존엄사를 택한다 해도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갖춰지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큰 시중 요양원 등으로 갈 수 밖에 없어 딱한 실정이다.
존엄사 법 시행과 함께 말기·임종기 환자뿐 아니라 임종과정이 예상되는 환자에게도 연명의료 중단에 따른 의료 혜택이 넓혀졌으면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선택하는 임종문화도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고통 속에 삶을 연장한다는 것은 죽음보다 못한 일이고 가족들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노년은 오기 마련이다. 50대부터 잘 늙어갈 준비를 하지 않으면 100세 시대를 원망하며 긴긴 세월을 보낼지 모른다.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세대가 50대다. 식구들의 대학 등록금에 자녀의 결혼 자금까지 보태줘야 하고 부모도 봉양해야 하기에 정작 본인의 노후생활은 가마득해 삶에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존엄사는 시행됐지만 100세 시대를 맞아 그 때까지 어떻게 편안히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하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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