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기 근절하되 기술혁명의 싹은 자르지 말라
[사설] 투기 근절하되 기술혁명의 싹은 자르지 말라
  • 충남일보
  • 승인 2017.12.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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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일명 암호화폐)광풍은 유독 한국에서 심하다. 그래서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한국만큼 비트코인에 빠진 나라는 없다. 한국은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핵폭탄이 터지는 지점)’”라고 보도했을까?
뉴욕타임스도 최근 “전 세계에서 투자 열기가 가장 뜨거운 시장은 한국”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의점유율은 20%가 넘는다. 또 한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국제시세보다 무려 23%나 비싸다고 한다.

누가 봐도 투기이자 거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트코인은 누구도 보증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데 가격이 폭등해 수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만에 최고 20배 이상으로 뛰고 청소년과 주부까지 가세하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정부가 비트코인(가상화폐)투기에 대한 고강도 규제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무더기 정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선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업이나 별도의 가상화폐 교환업자가 아닌 단순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된다. 외국 자본까지 낀 수많은 업체가 난립 중인데도 제도권 밖에 있어 거래 실태조차 정확히 알기 힘든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청년, 학생들이 가상 통화에 뛰어든다거나 마약 거래 같은 범죄나 다단계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어 걱정이다.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 현상이나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여러 모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미래는 확실치 않다. 정부가 암호화폐의 법적 지위를 두고 골치를 썩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법적 지위나 화폐·상품 인정 여부는 신중하게 검토하더라도 지금의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킬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아무런 규제가 없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설립을 허가제로 하고 거래 자격에도 일정 부분 제한을 가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가상화폐 투기는 근절돼야 하지만 가상화폐의 원천인 블록체인 기술까지 사장시켜선 안 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모든 거래 내용을 디지털장부(블록)에 저장하고 이를 전체 참여자에게 전달해 거래의 신뢰를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세계 11위인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세계 5위권인 것은 그만큼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9년이 다 돼 가지만 ‘강 건너 불구경’처럼 손놓고 있던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를 인가제로 바꾸면서 연착륙을 유도한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가 장기 전망 없이 무 자르듯 규제만 한다면 무책임한 태도다.
다만 이것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도박적 풍조와 범죄 이용에 관한 대책이 필요하다. 때문에 투기를 근절하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기술혁명의 싹까지 잘라서는 안 될 것이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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