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우리는 IMF 환란을 잊었다
[김강중 칼럼] 우리는 IMF 환란을 잊었다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7.12.19 17:1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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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엄습한 한파로 한강물 결빙이 71년 만에 경신했다. 그만큼 혹한이 일찍 시작됐다는 얘기다.
정유(丁酉)년도 이제 열흘 남짓이다. 북적대는 송년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모두들 표정이 어둡고 웃을 일 없는 세밑이다.
돌아보면 한 아녀자의 국정농단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 나라의 꼴을 바로잡겠다니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장기불황, 북미 간 핵(核) 으름장, 중국, 일본 등 주변 열강의 ‘코리아 패싱’은 여전하다. 여야 막론하고 국민의 아픔을 읽지 못하고 내년 지방선거에만 혈안이다.

봄을 이기는 겨울이 없다고 했다. 빚을 이기는 장사(壯士)가 없다면 견강부회가 될 것인가. 이런 위기가 목전인데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개인적으로 섣부른 예단이고 어설픈 가설이었으면 좋겠다.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이내 봄이 찾아들 것이다. 온갖 꽃들이 만개할 즈음 ‘잔인한 봄’도 시작될 것이다.
꼭 20년 전, 우리는 IMF 환란을 겪었다. 정부나 기업이 방심하다 IMF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초유의 환란은 대기업의 부도, 대량 실업, 주식 폭락, 환율 폭등, 집값 폭락, 20% 고금리로 이어졌다. 당시 30대 그룹 중 서열 4위 대우를 비롯 기아 등 절반이 넘는 그룹이 부도처리 됐다. 실업자는 57만에서 150만 명으로 세배나 급증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를 극복했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합심한 결과다.
한 세대가 지난 오늘, 우리는 IMF 교훈을 잊은 채 다시 탐욕의 불감에 빠졌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 근성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부채 공화국’은 이런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농후하다. 누구나 IMF 당시 보다 경제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가계가 무너지면 IMF 구제도 없다.
사내 유보금이 넘치나 1500조 원에 달하는 기업들 빚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143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어두운 그림자다. 그런데도 가계 빚은 매달 10조 원씩 늘고 있다. 빚으로 연명하는 것이다.

그 근거는 지난달 금리가 0.25% 포인트가 오르자 내수경기가 요즘 한파처럼 급랭했다.
금리가 1% 오르면 가계부채 이자비용은 연 9조여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내년에도 2% 정도 인상한다하니 한계에 달한 느낌이다.
여기에 환율의 인상, 부동산 폭락, 한미 FTA 재협상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동할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공무원 증원 등 첩첩산중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정부는 혁신을 외치고 있으나 진전은 없다. 창조경제가 그랬듯 개혁의 골든타임을 허송하고 있다.

또 실업난 가중으로 실질소득이 월 100만 원 미만, 생계가구가 13%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4%에 근접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어두운 전조는 또 있다. 250만 명에 달하는 하우스 푸어, 한계 가구 120만 명, 청년 실업자가 100만 명에 이른다. 자영업자 540만 명이 영업난에 허덕이고 740만 명의 베이비부머는 대부분 퇴직해 소비가 얼어붙고 있다.
대전, 충남 지역경제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대전의 노른자 상권인 둔산, 선사지역 임대빌딩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충남대 등 대학가 주변의 원투룸 공실률도 30~40%에 육박하고 있다. 둔산동 실내 골프스크린 한 업자는 전년보다 30% 매출이 줄었다고 울상이다.

연말 송년 분위기는 간데없고 맥주집, 횟집, 음식점은 한숨뿐이다. 물론 대리운전기사도 IMF 시절보다 손님이 없다며 손사래다.
부동산 불황도 극심하다. 호조였던 세종시도 대출 제한, 양도세 강화 등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또 지난달 금리가 인상되면서 주택매매가 실종됐다. 거래량이 전년 보다 27% 급감했다. 전월세도 감소하고 있다. 누가 빚을 내 집을 사라고 했던가. 
대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유성구 전민동 한 아파트는 70여 세대가 전세도 매매도 안 되는 실정이다. 이재에 밝은 사람들은 쏟아질 매물에 대비, 현금을 준비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기름 값이 연일 오르고 있다. 생필품과 공공요금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내리는 건 하얀 눈만 내리고 있다.
삶이 고단하면 한탕주의가 성행하기 마련이다.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중학생마저 투기열풍에 빠져 있다하니 망국의 증상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국민들은 미·북 간 말로 하는 전쟁에 이골이 났다. 삶이 고달픈 서민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나, 헌법 개정에 별 관심이 없다.
부동산 붕괴와 사신(邪神)처럼 다가오는 제2 IMF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인생이 그렇듯 ‘너무 이르면 알 수 없고, 알고 나면 너무 늦다’란 말이 실감나는 오늘이다.[충남일보 김강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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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2017-12-21 02:39:11
나리는건 눈뿐이 아니고
피눈물도 있네요
벨지움에서 온.

바라밀 2017-12-20 19:12:54
그랗군요 자영업을 하면서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네요
오늘따라 눈이내리면서 녹아버리니
모든게 더욱 처량합니다
콕 콕 짚어 주시니 돌아가는 경제가
읽히네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