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시급한데
[한내국 칼럼]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시급한데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12.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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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의 집단사망사고로 우리 사회가 다시 충격적 자괴감으로 휩싸이고 있다. 어쩌면 먹고 살기에 급급한 기성세대의 자성이 더 필요하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 사고는 늦은 만혼에 늘어나는 미숙아 증가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또 다른 안전망의 하나로 국가가 풀어야 할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중한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사인규명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겠지만 또 다른 원인의 하나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꼽는다.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늦은 출산 경향으로 미숙아는 늘어나고 있는데 치료환경은 제자리라는 뜻이다.

미숙아(preterm infant)는 재태 기간 37주 미만 또는 최종 월경일로부터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말하며 조산아(preterm infant)라고 한다. 출생 시 몸무게가 2.5kg 이하이거나 재태기간 37주 미만에 출생하는 아기를 통틀어 이른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이른둥이의 출생이 지난 10년새 1.4배가 증가했고 건강한 신생아로 부모의 품에 돌아기기까지 인큐베이터라고 하는 기구에서 특별 관리를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그런 만큼 이른둥이들은 건강한 신생아에 비해 세균과 질병에 취약하지만 신생아 중환자실과 의료진은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병원들이 수익성이 낮아 적자가 발생한다 하여 운영비를 줄이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역시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최근 북한군 병사의 부상을 치료한 중증외상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세상의 주목을 끌었다. 북한군 병사의 생명을 살려낸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당시 인터뷰에서 ‘열악한 환경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우와 중증외상센터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보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공통점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인간의 생명에 관한 일이고 화급을 다투는 중환자를 다루는 일이며 이 분야에서의 적자가 상습적이며 상대적 치료환경이 매우 열악한 말 그대로 ‘기피분야’가 되어 있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 두 분야 모두 국가적 중요도가 매우 높은 영역이라는 점이 ‘국가의 책임론’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교통사고·추락사고 등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다발성 골절·출혈 환자(중증외상환자)를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의 외상환자 사망률은 35.2%(2010년 기준)에 이른다. 하지만 일찌기 응급지료체계를 서두른 미국 일본 등은 10-15%에 불과하다.
미숙아를 담당하는 신생아 중환자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2014~2016년) 태어난 신생아 128만명 중 미숙아는 16.7%에 해당하는 21만3423명이다. 신생아 10명 중 1.7명이 미숙아인 셈이다. 특히 3년 동안 해마다 미숙아 출생율은 0.5%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늦은 결혼으로 인해 35세 이후 고령 임신과 난임시술로 인한 쌍둥이 출산이 늘어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또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거나 산모가 급성 또는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 중 흡연이나 음주 등을 한 경우, 다태아인 경우, 자궁기형이나 임신성 고혈압 또는 당뇨가 있는 경우에도 미숙아를 낳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숙아는 건강하게 태어난 아기보다 신체 기관이 아직 미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각종 세균이나 질병에 대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미숙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은 좋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은 1716개다. 이는 치료가 필요한 미숙아 환자에 비해 부족한 숫자다. 또 미숙아를 집중 치료하기 위한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하다.

대한신생아학회가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61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담 전문의 1명이 신생아 10명을 돌보는 병원이 82%로 나타났다. 1명이 20명을 넘게 돌보는 병원도 13%나 됐다.
중증외상센터의 위축도 신생아 중환자실의 어려움과 같은 이유다.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고 있다는 이유다.
한국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직접적 계기는 97년 경제위기 당시 IMF 및 세계은행으로부터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요구받으면서부터다. 외국보다 늦은 출발이었던 만큼 안전망의 구축 필요성이 시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화되어야 할 분야가 소홀해지는 현실의 문제점이 최근 잇따른 두 사건을 통해 우리 정부에 경고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가가 이처럼 중요한 사회안전망의 한 축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가 보다 촘촘한 안전망 구축을 서둘러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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