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블랙리스트 악몽’에서 ‘사람이 있는 문화’로
[문화]‘블랙리스트 악몽’에서 ‘사람이 있는 문화’로
  • 충남일보
  • 승인 2018.01.0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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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문화예술계가 격동의 2017년 한해를 보냈다.
벽두부터 지난 정부 실세들을 줄줄이 구속시키며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블랙리스트의 격랑이 문화예술계를 들이쳤다.새 정부가 출범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끔찍한 악몽으로 막을 내린 전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의 실패를 바로잡고 그늘을 지우느라 동분서주하는 사이 1년이 지나갔다.
관련 의혹들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이 중단됐던 예술가나 단체들이 하나둘 복권되고 축소·폐지됐던 지원사업도 복구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과거의 잘못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와 예술이 간섭받지 않고 마음껏 살아 움직일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주어졌다.
새해부터 본격화될 새로운 문화정책의 비전으로 정부는 '사람이 있는 문화'를 제시했다.

◇ 창조를 위한 파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전말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할 제도를 마련하고자 지난 7월 말 발족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2670건의 피해 사례를 확인했다며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피해 사례는 특검과 감사원이 밝힌 400여 건을 크게 웃돌았다.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은 1012명, 단체는 320개에 달한다.
조사 도중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뤄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의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소문만 무성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문화예술인 사찰과 탄압 사실이 국가정보원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면서 공분을 샀다. 이로 인해 당초 박근혜 정부를 표적으로 했던 조사 대상 시기가 이명박 정부까지 약 10년간으로 늘어났다.
진상조사위는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단 올해 1월 말까지인 운영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 4월 말까지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진상조사위의 기본 운영기간은 6개월이지만 필요할 경우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는 피해사례 조사 외에 관련 제도의 개선 방안 마련과 블랙리스트 백서 발간도 추진한다.

◇ 블랙리스트 예술인 지원 재개… 축소·폐지 사업 복구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던 문화예술인과 공연에 대한 지원이 재개됐다.
‘블랙리스트 1호’로 불리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오페라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2000만 원의 지원을 받아 오페라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2018년 4월 쇼케이스 실연 심사를 통과하면 1억5000만~2억8000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앞서 문예위가 공개한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작에는 앞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던 극단 하땅세, 놀땅, 백수광부의 작품이 포함됐다.
해외행사참가 지원 등에서 배제됐던 블랙리스트 문인 안도현, 천양희 시인, 김애란 소설가는 지난달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터키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참가했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이 끊겼던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와 대관 지원을 받지 못했던 서울연극제도 다시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부당하게 폐지·축소됐던 문화예술지원사업들도 일부 복구됐고 새해에는 원상 복구된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위해 총 104억3000만 원 규모 2018년 예산안을 마련해 승인했다.
‘우수문예지 발간지원사업’은 10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근 2년 만에 과거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이 사업은 올해 지원 예산이 아예 책정되지 않았다가 새 정부 출범 후 뒤늦게 체육기금에서 5억원을 긴급 투입해 명맥을 이었다.
문학작품에 창작 지원금을 주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은 지난해부터 2년 동안 3억 원 이하로 줄었던 예산이 내년에 다시 10억 원으로 늘어난다.
소극장을 지원하는 ‘특성화극장 지원사업’도 10억50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돼 제 궤도에 오른다.

◇ 블랙리스트 멍에 벗고 ‘사람이 있는 문화’로

문체부는 나라 전체를 멍들게 한 국정농단 사태와 블랙리스트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김종덕, 조윤선, 정관주, 김종 등 전직 장·차관 4명이 구속됐고, 현직 실·국장 등 19명의 직원이 감사원의 징계 요구를 받았다.
초유의 위기를 맞은 문체부는 사활을 건 조직쇄신에 나섰다.
처음 블랙리스트 규명에 데 앞장선 도종환 시인이 문체부 장관을 맡고, 박근혜 정부 인사 전횡의 대표적인 피해자인 노태강 전 체육국장이 차관으로 발탁됐다. 조직을 7실에서 4실 5국 체제로 축소 개편하고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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