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국제 사회 대북 제재를 흩뜨려서는 안 된다
[충남시론] 국제 사회 대북 제재를 흩뜨려서는 안 된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01.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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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에 해빙 기운이 완연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며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용의를 밝히고 남북 대표단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등 고무적이다.
정부가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자 북한이 판문점 연락망 개통과 함께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는 등 가슴을 부풀게 했다. 북한의 대남 평화 공세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이번엔 색다른 측면이 눈에 띈다.
북한이 핵 도발이 후 개성공단 폐쇄 1년 11개월 만에 판문점 직통 전화가 이어지고 북한이 먼저 전화를 걸기까지 했으니 남북 대화는 순조롭게 풀려갔다. 판문점 채널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운영 중단 이후 단절된 상태였다.

판문점 연락 채널은 그동안 남북관계 변화의 흐름에 따라 연결됐다 끊어졌다를 반복했다. 판문점 연락 채널은 1971년 적십자 예비회담을 통해 개설됐다. 당시 남북은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통일각 사이에 직통 전화 2개 회선을 설치됐다.
이렇게 연결된 남북 간 직통전화는 요동치는 정세에 맞춰 단절과 복원을 수없이 반복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따라 북한이 반발 차원에서 차단한 경우가 대부분였다.
남북 간 단절됐던 소통창구가 복구되면서 남북 간 회담에 희망을 심어줬다. 때문에 이번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은 북측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많은 대표단의 파견과 공동입장 및 응원단 파견을 요청했다.

또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북측은 고위급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북측은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고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자고 얘기하기도 했다. 남북 간의 대화가 진지하고 성실하게 논의되는 회담장의 분위기가 바깥 영하의 추위를 녹아는 듯 했다.
하지만 북측의 과거사를 돌이켜 보면 지나친 조바심이나 호들갑은 금물이다. 물론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측의 갑작스런 평화 공세가 국제사회의 초강력 제재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도 모른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한국과 미국의 이간질을 겨냥한 책략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한 한반도 문제는 우리끼리만의 문제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한반도 위기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에 남북대화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남북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에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일단 회담이 시작되면 북한은 비핵화는 원칙에서 접어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미군 철수 등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한미동맹 균열과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것이 북측의 꼼수일 수도 있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원칙과 이를 위한 한미 공조의 확고함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작은 성과에 집착해 조바심을 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직전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엔 단 한 명의 선수도 보내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입상할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메달보다는 정치 선전에 평창은 이용하려고 각가지 대표단을 보낼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미국을 향해 신년사를 통해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 위협이 아닌 현실”이라고 했다.
북한이 평창에 오겠다는 것은 의도가 너무도 분명하다. 남북대화를 하더라도 ‘핵은 건드리지 말라’는 계산이 김정은의 머릿속에 당연히 들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고위급 남북 간 회담은 매우 고무적임은 분명하다.

북·미 간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했던 지난해 말까지의 상황을 돌이켜 본다면 반가운 국면 전환은 일단 남북이 대화의 끈을 되살린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그렇다고 급해서 바늘을 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다.
그동안 꽉 막힌 남북 관계를 감안할 때 매우 평화스럽게 보인다. 한·미가 군사훈련 연기의 결단을 내렸듯이 북한도 핵 동결, 즉 더 이상의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남북대화를 희망적으로 보지만 중국 등을 포함해 국제 사회가 하나가 돼 움직이는 대북 제재의 대열을 흩뜨리는 조치는 삼가야 할 줄 안다.[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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