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칼럼] 정치권 개헌 정쟁(政爭), 밖에서 호들갑 말라
[김인철 칼럼] 정치권 개헌 정쟁(政爭), 밖에서 호들갑 말라
  • 김인철 대기자
  • 승인 2018.01.1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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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김인철 대기자] 또 개헌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당연한 이슈가 다시 이슈화되는 것이다.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개헌을 정쟁(政爭)으로 보는 까닭이다. 정쟁은 말 그대로 정치에서의 싸움 또는 정계의 투쟁을 의미한다.


언뜻 투쟁이라 함은 정책을 집행하는 여당보다는 야당에 어울리는 말이다.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반드시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개헌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엄밀히 말하면 야당이 개헌을 정치투쟁의 대상으로 할 경우 대통령 발의도 있을 수 있다는 ‘선전포고’와 다르지 않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즉시 반발했다. “지방선거에 개헌을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이외에 기본권 등 합의 가능한 내용만으로 1차 개헌을 추진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이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한국당도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에는 강력히 반발하고 심지어는 ‘좌파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것(홍준표)’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여야정치권이 개헌을 하자는 뜻은 같지만 시기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쟁의 한 형태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9일 첫 모임을 갖고 개헌·정개특위 위원장은 한국당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이 각각 맡기로 합의했다.

국회 개헌·정개특위가 우여곡절 끝에 6개월간의 시한으로 2차 활동에 돌입하게 됐지만, 개헌 시기나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비롯한 핵심 쟁점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커 개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 공약을 사실상 파기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개헌 논의는 더욱 꼬이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들어 수차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연말까지 개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함께 하면 지방선거 투표율이 높아져 자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국민을 무시한 당리당략적 발상일 뿐이다.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는 국민과 한 약속이다. 한국당은 국민과의 약속을 무겁게 여기고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투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여당도 국회에서 합의가 안 되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면서 야당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 등 쟁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고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어차피 개헌안은 116석의 의석을 확보한 한국당이 반대하면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 없다.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건 대통령이 발의하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198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형태와 관련해 여당은 대체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 대신 4년 중임제를 선호하고 있는 듯하지만, 공식적인 당론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 6·10 민주항쟁의 역사적 산물이다. 9차 개헌을 통해 탄생한 현행 헌법은 군사정권을 종식하고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하지만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1987년 헌법 체제’는 여러 가지 한계를 드러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권력구조 면에서도 현행 헌법은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은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권력 교체기마다 전직 대통령이나 측근과 관련된 대형 정치 스캔들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또 권력을 잡기 위해, 잡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생결단식 대결을 펼침으로써 대화와 타협에 의한 수준 높은 정치를 근본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여론조사를 하면 70% 안팎의 국민이 개헌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것이다.

밖에서 떠들어 대는 정치권의 개헌정쟁은 최소한의 국민에 대한 도리로 보여지질 않는다. 논의해도 국회에서 또 떠들어도 밖에서 하지 말고 국회 안에서 떠들어야 한다. 이것이 쵯한의 국민에 대한 도리다.
 

더구나 개헌은 국민적 요청이라는 점을 여야정치권이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시기와 쟁점은 논의를 거듭할 수록 담안마련이 쉬워질 것이다. 이제라도 여야 정치권은 이런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속히 국민이 원하는 단일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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