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中 호텔급 화장실처럼 자세 변화가 중요하다
[충남시론] 中 호텔급 화장실처럼 자세 변화가 중요하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01.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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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말 ‘화장실 혁명’을 주창한 이후 중국에서는 TV·냉장고와 소파, 전자레인지까지 갖춘 ‘황제급’ 공중 화장실이 등장했다. 장쑤성에선 화장실 한 칸 짓는 데 200만 위안(우리 돈 3억3000만 원)을 썼다.
시 주석의 취지는 불결하고 비위생적 화장실을 개선하라는 것이지 5성급 호텔방처럼 만들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 주석 권력이 마오에 버금갈 정도로 강해지면서 그 시대의 우상 숭배형 과잉 현상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시 주석이 ‘스모그를 줄이라’고 지시하자 일선 당국은 스모그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난로를 한꺼번에 없앴다. 하지만 석탄 대신 설치한 가스 난로에 공급할 LNG(액화천연가스)를 제때 확보하지 못해 겨울철에 수억 명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또 ‘베이징의 비수도 기능을 분산하라’는 시 주석 지침을 받은 베이징시는 도시 쪽방촌을 강제 철거하려다 하층민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베이징시는 또 스카이라인을 깨끗하게 바꾼다며 건물 옥상에 부착된 1만4000여 개의 간판도 갑자기 철거했다.

시민들은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밑에서 한술 더 뜨고 알아서 기는 현상은 어느 나라나 예외가 아니였다.
화장실 역사가 인류 문명발달의 척도로 활용되고 있듯이 공공화장실의 관리와 이용 환경은 곧 도시의 수준을 규정해 이같은 발상이 나왔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근대화 과정을 겪으며 호텔, 유통센터, 공공기관 등 대규모 시설을 중심으로 화장실 안의 휴지통을 없애기로 했다. 첨단 화장실 체제로 바꿔어 비데 설치도 늘어났다.

반면 아직도 지역 곳곳에는 ‘워스트 화장실’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는 올해부터 공중화장실의 변기옆에 놓은 휴지통이 볼 수 없게 됐다. 화장실 이용자의 인권과 사생활을 보호하는 법률의 시행에 따른 조치다.
이 법의 시행으로 기존 및 신축하는 공중화장실에는 대변기칸 내의 휴지통이 없어지고 여성 화장실에는 대신 위생용품 수거함을 비치하기로 했다. 변기 옆 휴지통은 그 동안 미관은 물론 악취와 해충 발생의 원인으로 손꼽혀 왔다.

하지만 휴지통 대신 휴지는 변기에 그대로 버리도록 했다. 사람들은 삶을 유지하면서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시켜야 하고 체내에서 남은 것은 반드시 배설하게 됐다. 그래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평생 1년 가량은 화장실에서 보내야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사람들이 배출하는 배설물을 물을 이용해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수세식 화장실로, 기원전 3000년경 인더스, 수메르 문명권에서 배설물을 떠내려 보내는 장치가 있는 최초의 화장실이다. 그 후 16세기 영국의 존 해링턴경이 최초로 고안했다.

이런 수세식 변기가 우리나라에 도입됐고 60년 전 서울 종암아파트에 처음으로 설치되면서 일반에게 대중화 됐다. 
그런데 고증에 따르면 우리도 이미 조선시대에 나무틀에 천을 두른 임금님의 이동식 변기인 ‘매화틀(매우틀)’을 이용해 물을 흘려보내면서 대변을 처리하는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했음이 경주 유적지에서 발견됐다.

수세식 화장실의 발견은 의미가 깊다. 지구촌 화장실 문화와 환경 개선에 앞장선 노력은 어쩌면 깊은 우리의 뿌리를 입증한 것 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수세식 화장실이 가정 등에서 일반화하기 시작한 것은 40년 전 부터다.
이제 공중화장실 안 변기 옆에 놓아 두었던 휴지통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선진 공중화장실 문화를 영위해 온 것처럼 새로운 화장실 사용에 대한 국민들의 역할이 한층 필요하게 됐다.

휴지통이 없는 만큼 물에 녹지 않는 이물질이 투입될 경우 쾌적한 화장실은 더욱  기대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생적이고 편리하려고 한 공중화장실 문화 확산은 앞으로 이용자들의 공중질서에 따라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문화시민을 길러내는 교육 현장에 있는 학교 화장실에서부터 화장실문화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공중화장실의 선진화 정책이 청결하고 상쾌한 장으로 탈바꿈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휴지통 없는 공중화장실 문화의 변화와 발전이 외형만 깨끗하게 보이게 하지 말고 실제로 내실있는 공중화장실로 바꿔져 중국의 호텔급 공중화장실은 따르지 못할 망정 국민들의 정신자세만은 중국 못지 않게 고쳐져 성공을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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