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밥 보다 고추장이 많은’ 의도가 무엇일까
[충남시론] ‘밥 보다 고추장이 많은’ 의도가 무엇일까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01.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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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임명섭 주필] 올림픽은 4년간 땀을 흘려온 선수이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인간이 한계에 도전하는 인류 전체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고 배우는 무대다. 그래서 선수들 인생의 전부나 다름이 없는 국제 체력 경쟁의 한마당이다.
동계올림픽은 세계 32억 명이 지켜 볼 경기다. 이런 세계의 체력 축전장인 동계올림픽에 참여하는 북한 선수는 2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측에서 대규모 예술단과 응원단 등을 파견하기로 남북 간 협의를 했다.

게다가 태권도 시범단과 대표단, 기자단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더 많아 500여명으로 불어난다. 특히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은 올림픽기간 동안 올림픽과 관계가 없이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도 갖기로 합의돼 이미 공연을 위해 북한측 검검단 일행이 우리나라의 공연장을 현지 답사하고 돌아갔다.
북한에는 예술단체 이름이 비슷한 ‘삼지연악단’이 있다. 이들 악단은 북한의 체제 선전곡을 부르고 연주하는 악단이라고 한다. 이번 올림픽에 참여하는 예술단체는 급조(?)로 생긴 예술단체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선수가 아닌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 등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남북 간 화합이라는 차원에서 동감하지만 ‘북한 모시기’에 매달리는 듯보여 정작 대국민 소통과 설득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 
게다가 남북 고위급 회담 협의결과 개막식 때 남북 선수단이 주최국의 국기를 버리고 한반도 깃발을 앞세운 공동 입장, 여자아이스학키 선수의 남북 단일화 등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자기들의 홍보 효과에 올라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상대국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속셈이 분명하다. 한마디로 편승 정도가 아니라 주인 자리에 올라탈 태세다.
태극기를 국적 불명의 한반도기로 바꿔 주최국 상징을 지우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중국 위력에 국기를 들지 못하는 대만 신세나 다름이 없는 격이다. 북한은 남한에서 열리는 올림픽 때마다 선수 외 인원 동원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부는 “아시안게임과 유니버시아드 때도 그랬다”며 별일 아니라고 한다.우리나라에서 열린 세계적 스포츠 잔치는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선수단을 제외한 대표단 규모로는 이번이 사상 최대다.
지금까지는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당시 북측이 응원단을 300여 명을 파견한 게 최대였다. 또 2014년 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에는 선수단을 파견했으나 이번보다 적었다.

이럴 때마다 북한 TV는 “평양의 미녀 응원단이 남녘을 사로잡았다”고 떠들었다. 월드컵 땐 연평해전을 일으켜 축제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과거 두 차례 모두 폭력으로 답했다. 그것도 잔인무도한 폭력이었다.
북한이 갑자기 미소를 보내고 있는 저의를 일단 의심해야 일이다.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북핵’을 잊게 할까. 하지만 김정은은 신년사를 통해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밝혔다.

2018년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해로 규정했다.
민족의 위상이 한국의 위상일 리 없다. 이를 과시하는 김정은이 거론한 이벤트가 ‘공화국 창건 70돌’과 ‘남한의 겨울철 올림픽’이다. 남한의 올림픽에 올라타 핵 강국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소리로 들을 수 밖에 없다.
변변한 선수가 없으니 ‘미녀’를 동원한다는 형태는 어린 중학생이 들어도 알아들을 이런 문맥을 정부만 못 읽고 화해의 신호로 느낀다면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은 다를 것이다.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는 나라, 사람 목숨을 개털처럼 여기는 나라가 북한이다. 그런 지경에 우뚝 선 평창올림픽을 등에 엎고 북한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수상한 예술단, 응원단, 태권도 시범단 등의 대규모 참여는 이해할 수 있지만 평창에서 열리는 세계적 올림픽이 그들의 잔치 쇼의 자리로 되서는 안 된다. 

잔칫상에 ‘재’ 뿌린다는 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꼬일 대로 꼬인 북·미 간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갈 지, 북한과 눈높이가 다른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지, 오랜만에 되살아난 북힌과의 해빙 불씨가 살아 났으면 하는 조심스런 마음이다.
공연시설 점검차 우리나라에 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정상급 예우를 받은 사실이나 언론의 지나친 호들갑에 대해서도 심기가 편치 않은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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