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패 없는 연구개발은 없다
[기고] 실패 없는 연구개발은 없다
  • 유영채 성산고등학교
  • 승인 2018.02.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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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채 성산고등학교]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구개발 중인 무인항공기가 연구원의 실수로 시험비행 중 추락하여 이에 대한 배상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요지는 연구원의 실수로 사고가 났으니 해당 연구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과 완성된 비행기가 아닌 연구 중인 시험용 시제기 사고이므로 연구원들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개인별 13억 원이 넘는 배상금액도 문제지만, 연구개발 과정 중의 실수 또는 실패에 대해 해당 연구원에게 금전적인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재원으로 운영되는 연구소에 67억 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간 무인기 시제품 손실 책임을 지우는 것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관리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을 일방적으로 해당 연구원들에게, 더 나아가 평생 모으기도 힘든 규모의 금전 배상으로 지우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만약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에 대해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면 누가 제대로 된 연구와 실험, 시험을 할 수 있을까? 결국 가장 안전하고 보수적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만 연구를 진행하게 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의 후퇴로 귀결될 것이다.

연구개발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어 시행착오를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시험을 할 때마다 매번 성공을 거둔다면 이미 검증되었거나, 도전적이지 않은 쉬운 연구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미 발생한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근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개선해야 하며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연구개발에서의 실수 또는 실패가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이다.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은 전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2399번이나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에디슨은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단지 2000번의 단계를 거쳐서 전구를 발명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에디슨의 철학 그리고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에 대한 미국의 대처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연구개발 중 일어나는 사고는 기술의 완성을 위한 과정이다.

고등학생인 나의 장래 희망은 항공우주공학 연구원이다. 그러나 이번 무인기 사고 연구원 배상문제로 인해 내가 과연 연구원의 꿈을 계속 키워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오랫동안 이공계 기피현상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분야에 일하고 있는 그리고 일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이번 무인기 사고 배상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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