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토 라인’ 또 서야할 이 전 대통령
[사설] ‘포토 라인’ 또 서야할 이 전 대통령
  • 충남일보
  • 승인 2018.02.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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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의 주범이라고 지목함에 따라 수사의 종착지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분명해졌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향후 어떻게 수사를 전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작년 12월부터다.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BBK 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 등이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잇따라 형사 고소·고발을 했고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피고소·피고발인 신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을 기소하면서 그를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돈을 받은 방조범으로 판단하고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를 벌여오면서 그의 혐의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은 배경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적시하지 않은 채 기소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의혹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의혹에도 함구하고 있던 이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조여 오는 수사망에 심적 압박을 느낀 나머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 전직 대통령이 또다시 법정에 서는 암울한 현실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국가 대사인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앞둔 시점에서 공소장에 전직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한 것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없지 않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리셉션 초청에 응하면서 전·현직 대통령이 악수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국민이 적지 않았다. 앞서 두 사람은 검찰의 사정수사를 놓고 정치보복과 분노를 거론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향후 양측의 갈등이 사생결단식으로 번질 것은 불 보듯 자명하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이 설혹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든 어떤 사람이든 법치의 성역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로 전직 대통령 4명 모두 전과자가 된다면 역사에 오명을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국가 현안을 놓고 전·현직 대통령이 힘을 합치는 미국의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정권 교체기 때마다 과거 정권과 끝없이 싸우는 우리 정치 현실이 정상일 수는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이 전 대통령의 소환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전직 대통령이 또다시 포토 라인에서 법정으로 향하게 된다면 암울한 현실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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