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미 투 캠페인’ 암퇴치처럼 성공을 기대한다
[충남시론] ‘미 투 캠페인’ 암퇴치처럼 성공을 기대한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02.07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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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저지르지 말아야 할 패악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인권 침해는 가슴 아픈 일로 손꼽힌다. 인권 침해 중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가장 큰 상처이다. 지난해 말 전 세계에서 ‘미투 캠페인’이 불꽃처럼 번졌다.

미 투 캠페인은 그 때부터 SNS에 ‘나도 피해자(Me Too)’라며 자신이 겪은 성범죄를 고백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데 너도 나도 동참했다.
‘미 투 캠페인’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여성 배우와 자신의 회사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30년간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배우이자 가수인 알리사 밀라노가 세상에 알려  떠들썩하게 했다.

성범죄를 당한 모든 여성이 ‘나도 피해자’라고 나서면서 주변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나타났다. 연예인 알리사 밀라노가 ‘미투 캠페인’을 제안한지 24시간 만에 약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자 8만여 명이 ‘Me Too’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도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경험담을 폭로했다.
지난 1월 초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참여한 많은 스타들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동감 차원에서 여배우는 검은색 드레스를, 남자 배우는 ‘타임즈 업(때가 되었다)’라고 적힌 배지를 차거나 양복 안에 검은 셔츠를 입었다.

타임즈 업은 할리우드 내 성희롱 문제를 퇴치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여성 배우·작가·감독·프로듀서 등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수상자들도 수상소감에서 자신의 성추행 사건을 용기 있게 밝힌 뒤  ‘MeToㅇ캠페인’에 동조 했다.
자신들의 성추행 사실을 용기있게 털어놓은 그들이 자랑스럽게만 보였다고 한다. 그동안 진실을 말하기가 힘들었지만 힘들었던 시간을 견뎌내고 모든 피해 여성들이 속시원히 털어놓은 이야기가 감동을 안겨줬다.

발표에 나선 성폭행 피해자 오프라 윈프리는 관객으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 여파인지는 몰라도 미국에서는 그녀를 차기 대통령으로 추대하자는 의견이 한 때 SNS를 휩쓸기도 했다.
‘이브의 반란’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입증케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여검사가 법무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후 인사에 불이익까지 받았다는 글이 문제시되어 방송에 나와 인터뷰로 공개되는 바람에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여성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한 당시 법무부 간부로 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폭로를 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으나 당시 성추행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직장 분위기와 검찰 이미지 실추와 피해자에게 가해질 2차 피해의 고민속에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 왔다.
당시 여성 검사는 이런 일이 부당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무부장관에게 의사를 표시 했으나 묵살 당했다. 여성검사는 한 흑인 여성의 작은 외침인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용기있게 고발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성추행 사실의 폭로를 결심했다.

여성검사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검찰도 스스로 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경각심 차원에서 팔 벗고 나섰다. 당시 여성검사의 주장에는 선배 검사로부터 사과는 물론 오히려 사무 감사 후 억울하게 검찰총장 경고와 함께 지방 전보 발령까지 받는 수란을 격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커지자 법무부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신 사과했다. 선배 검사와 이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검찰은 여성검사에게 사과하고 관계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성이 약하다고 누가 말했을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이브의 반란을 일으킨 여성검사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더 이상 직장이나 사회에서 성범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변해야 한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캠페인’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운동이 성공한다면 수천만 명이 고통받고 죽어가는 암을 퇴치하는 것 못지않게 큰 희망을 거두게 될 것이다. 도처에 숨어 비겁하게 자신의 행동을 감추거나 잊은 척하는 성희롱, 성추행 가해자들에게 반성을 촉구한다.

누가 당신 딸에게 그렇게 했다고 생각해 봐라.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도 당했다’는 식의 ‘미 투’ 운동에 그쳐선 안 된다. 성추행을 겪고도 불이익을 당하는 조직의 적폐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세상의 많은 남자는 아내의 남편이자 한 여자의 연인이며 딸의 아빠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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