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과 여야가 뒤바뀐 부자(父子)의 화해
영화 ‘국제시장’과 여야가 뒤바뀐 부자(父子)의 화해
  • 탄탄스님
  • 승인 2018.02.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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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사십 년 세월 살아와도 내일모레면 오십이 되어도 아버지와 목욕탕에 손잡고 가본 적도 둘이 영화 한 편 본 적 없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다. 노선이 틀리니 어쩔 수 없다.

어느 때 잘 나갈듯하다가 엎어져 상처투성이가 되어 미국을 다녀온 후 조금은 세련된 아버지와 자식이 되고자 모처럼 극장엘 갔다. 영화 제목 ‘국제시장’, 14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2014년에 개봉한 이 영화를 보고 감동했다. 줄거리는 아버지 세대의 고생과 희생을 담아낸 영화였다.

6.25전쟁부터 1960년대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 1970년대 베트남 파병, 1980년대 이산가족 찾기 등 우리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주요 소재가 됐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주인공 덕수의 말은 지금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아버지 제삿날 홀로 방문을 걸고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 “아버지! 나 약속 잘 지켰지요?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내가 진짜 힘들지만 그것을 몰라줄 때 서러움이 복받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이 나라가 누구 때문에 잘살게 됐는데”, “너희들도 고생을 좀 해봐야 해”라고 주장하는 아버지 세대도 적지 않다.

진짜로 우리 세대의 고생을 후손들도 똑같이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어르신 세대의 고생으로 지금의 풍요가 있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도 대충은 알고는 있다.

아버지 세대의 희생에 감사를 표하지만, 알아주었으면 하시지만, ‘국제시장’ 그 영화를 보고 아버지도 울고 나도 많이 울었다.

나도 데모하며 많이 울었던 생각이 난다. 아버지 세대가 만든 나라를 우리 세대가 망치지 않으려, 민주주의 하려, 진정한 자유를 꿈꾸려 했다. 아버지도 옳았고 나도 세상을 바르게 하려 했다.

그러나 이젠 시대를 풍요롭게 만들어 온 당당한 어른으로 민주주의를 싹트게 한 세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아량이 필요하다.

이제 아버지의 여당과 나의 야당이 뒤바뀌어 내가 여당이고 아버지는 야당이다. 나의 여당이 잘 해주어 국정농단이, 국정파탄이 없어야 나도 안심일 텐데….

아버지의 연인 같은, 아니 연인보다도 훨씬 높디높은 공주님도 감옥에서 고생하시고, 우리의 민주 투사들도 아직 콩밥 먹고 있으니, 아버지와 나의 화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언제쯤이면 또 목욕도 같이하고 영화도 같이 보며 좋은 세월을 맞이하려는지. 시절이 하수상하니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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