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재 원청사업주 처벌 강화,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사설] 산재 원청사업주 처벌 강화,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02.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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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사망사고에서 안전조치 미이행 사실이 드러나면 원청 사업주도 하도급 사업주와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또 콜센터상담원 등 ‘감정노동자’가 고객 폭언이나 괴롭힘에 시달릴 경우 사업주는 해당 근로자의 업무를 일시 중단하거나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에겐 1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는 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고용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올 상반기 안에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개정 법률안은 그간 검토된 개선책을 반영해 현행법을 전면 개정한 것인데 이는 199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작업현장에서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원청 및 하도급 사업주 공히 ‘1년 이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현행법에는 하도급 사업주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인데 비해 원청 사업주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개정 법률안은 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산재에 대해서도 원청 사업주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했다. 산업현장에서 비용 절감 등을 노린 ‘위험의 외주화’가 일상화되자 원청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인 것이다.
안전조치를 태만히 해 사망사고가 났을 때 ‘1년 이상’ 징역형을 기본으로 깔아놓은 부분도 산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원·하청 업체의 대표이사가 매년 안전·보건 계획을 이사회에 보고하게 의무화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근로자가 산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긴급 대피하거나 회사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요구할 권리를 보장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이런 권리 행사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최근 빈발하는 타워크레인 사고와 관련해서는 원청업체가 직접 산재예방 조치를 하고, 고용부에 등록된 전문 인력만 장비 설치·해체를 하게 했다.

 음식 배달원과 퀵서비스 기사에 대해서는 사업주의 보호장구 지급과 안전교육 실시를 의무화했다. 새로운 사업 분야의 부상과 직업 형태 변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선 연평균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는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01∼2015년 15년간 산재 노동자가 26만 명을 넘었고, 이 가운데 사망자만 3만6000명에 달했다.

 산재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수준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산안법 개정을 통해 2022년까지 산재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산재는 대부분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다.
 특히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정부가 이번에 사업주 처벌을 대폭 강화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처벌 강화가 근본대책은 될 수 없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스스로 안전을 생활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번 산안법 개정이 산업현장의 안전의식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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