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세계에 ‘화합의 메시지’ 던진 남북 단일팀
[사설] 전 세계에 ‘화합의 메시지’ 던진 남북 단일팀
  • 충남일보
  • 승인 2018.02.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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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졌지만 진한 감동을 남긴 한판이었다. 지난 주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벌어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대 스위스전이 바로 그랬다. 북한 선수 세 명이 투입된 이 경기에서 단일팀은 8 대 0으로 대패했다. 투지는 높았지만 경기력은 크게 달렸다.

스위스 팀은 4년 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고 현재도 세계 랭킹 6위인 강호다. 세계 22위(한국)와 25위(북한)가 단일팀을 만들어 겨우 보름간 손발을 맞췄다. 승부 예측은 당연히 압도적 열세였고, 결과도 예측을 깨지 못했다.
하지만 단일팀으로선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은 러시아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결과보다 평화와 존중, 우정이라는 가치가 이뤄졌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올림픽의 이상이며, 사람들을 함께하게 하는 올림픽 정신”이라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도 남북 단일팀 경기의 특별한 의미를 평가했다.  특히 CNN은 ‘이기는 게 전부는 아니다’라는 타이틀의 리포트에서 “평창올림픽 첫날 열린 이 경기는 누구도 점수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머리 감독도 “(생각하지 않았던) 단일팀이 성사됐지만 우리는 북한 선수들과 정말로 즐겁게 훈련했다”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남북 단일팀 구성이 남한 선수에게 보장된 출전 기회를 줄이고, 경기력도 떨어뜨릴 것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 불편한 분위기를 일거에 씻어냈다고 할 만큼 이날 경기의 울림은 컸다. 아주 다행스럽고 남북 모두에 흡족한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며 단일팀을 응원했다. 그 자리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함께했다.

우리 측 관중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지만 붉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100여 명의 북한 응원단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CNN은 “기묘하게 넋을 빼놓게 하는 그들은 경기 자체보다 흡입력이 있어 사진기자들이 선수들만큼 이들을 렌즈에 담았다”고 전했다.

물론 어렵게 구성된 남북 단일팀에 각별한 관심과 호의를 표시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응원단이 남북 단일팀 경기의 열기와 남북화합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문 대통령은 경기 후 김여정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남북 단일팀 선두들을 기립박수로 격려했다. 경기에선 크게 졌지만 한 덩어리로 뭉쳐 최선을 다한 남북 선수들에게 진심을 담아 보낸 박수이자 격려였을 것이다.

이날 단일팀 선수들은 가슴에 한반도기를 달았다. 경기장 천장에 매달린 전광판의 남북 단일팀 표시도 한반도기였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이 경기 전의 우려를 극복하고 강한 팀워크로 좋은 경기를 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그건 오직 스포츠만이 가슴 속 깊은 곳에 일으킬 수 있는 감격의 진동일 것이다. 남북 단일팀이 남은 경기에서도 더 큰 화합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에게 던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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