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칼럼] 국회의원에게 최저임금을 주자
[김인철 칼럼] 국회의원에게 최저임금을 주자
  • 김인철 대기자
  • 승인 2018.02.13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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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게 최저임금을 주자는 주장이 SNS에 퍼지면서 이들의 실상을 폄하하는 국민적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쩌다 국회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 하는 비아냥보다는 ‘반성할 지 모르는 집단’으로 찍힌 낙인이 더 고통스럽다.
이런 원망은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 꼬이고 뒤얽힌 남북관계와 냉온탕을 오가는 세계질서에 춤추듯 흔들리는 동북아 정세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해 보이지 않은 불안감이 한 몫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편치 않은 국민이 무엇 하나 잘 해주지 못하는 국회의 무능을 탓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낫다. 국회가 발벗고 나서서 국민의 아픔을 보듬고 민생을 챙기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 역사를 보면 이런 민낯이 이해가 갈 만도 하다. 몽골의 침략에 왕은 강화도로 도망갔고 백성들은 몽고군에 유린됐다. 당시가 무인정권시대였으나 고려 무인들은 자신의 안위에만 신경썼지 왕조가 망하든 말든 백성이 죽든 말든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었다 한다.

조선시대에도 국가안위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 왕이 항복하는 치욕의 역사가 있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강화도로 피신하려던 왕이 청나라군에 포위당하자 남한산성으로 도망했지만 에워싼 청군에 굴욕적인 항복을 했던 역사도 있다.
일련의 역사를 통해 전란으로 민생이 도탄에 이르고 파탄지경으로 치닫는 경우를 보면 예외없이 지도자들의 타락이 원인으로 등장한다.

병자호란이 끝난 뒤 조선과 청 두나라는 종번관계(宗藩關係)로 굳어져 가면서 청의 위협과 조선의 복종이 강요되었다. 조선은 병자호란을 종속시키기 위한 화의 교섭을 통해 명과의 국교를 단절하고 청조로부터 ‘조선국왕’으로 책봉됨으로써 군신 관계가 재확인됐다.
강대국의 힘에 제대로 대응치 않을 경우 이런 수모를 겪게 된다는 뜻이다.
민생정책이라 하여 추진되는 정책들을 보면 이런 엉망진창의 조선이 보인다.

건마다 반대하는 야당에 사안마다 무조건 하자는 여당을 보면서 ‘대화없는 국회’가 과거이래 답습되고 있고 여전히 지금도 지속되는 것으로 보면 ‘전란에 추락한 선조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 충분해 보인다. 정치가 갈등의 논리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막무가내식 국회를 보는 국민들에게는 ‘그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주자’며 생산성없는 국회를 탓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그런 대우밖에 줄 수 없는 단적인 예를 들면 통신비 인하정책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의 핵심 공약중 하나인 ‘보편요금제’는 연내 도입이 불투명해졌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하반기에 보편요금제를 시행한다는 목표 아래 작년 11월부터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출범하고 3개월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지만 합의도출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들여다 본 즉, 협의회의 활동시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아직 시간이 남았으나 보편요금제 도입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 의견이 갈려 합의가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저소득층 등 통신약자를 위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해왔다. 4가족 기준으로 월 통신비가 10만 원이 넘는다. 이는 엄청난 출혈이고 통신사 입장에서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익이 그렇게 큰 것이 아니라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

정부는 이통사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통사, 시민·소비자단체, 알뜰폰 업계 등 관계자들로 구성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작년 11월 가동했다.
명분이야 이해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회적 합의’로 해법을 찾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보편요금제의 혜택을 늘리려는 시민단체와 이 제도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 이통업체와 알뜰폰 업계의 입장은 애초 합의가 쉽지 않았다.

실제 정책협의회는 절반 정도의 시간을 보편요금제 논의에 쏟아부었음에도 찬반측 주장의 간격을 메우지 못했다.
더구나 국회마저 티격태격하면서 합의를 만들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다. 남은 결론도 희망이 불투명하다.
저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은 까닭이다. 정치가 이러니 민생이 안정될 리가 없다.

현재로선 합위된 도출안 마련은 불투명하다.올해 6월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대립이 첨예한 보편요금제 문제를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다룰지 미지수인데다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이통사들이 위헌소송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화급하지 않은 사안이라도 필요하다며 추진한 정책이 이럴진대 국가존망이 달린 화급한 경우라면 일사분란한 대처가 가능할까 싶다.
국민들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왕 앞에서 청나라를 향한 전투가 아니라 청을 치자는 주장과 항복하자는 주장으로 목숨을 내놓고 싸운 대신들이 오늘의 국회와 다르지 않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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