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용 시인, ‘어느 날 여백’ 여섯 번째 시집 발간
강신용 시인, ‘어느 날 여백’ 여섯 번째 시집 발간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8.02.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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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붙고 싶다
이 환장할 봄날
꽃 숲에 기대여 자예를 빠는
숫벌처럼
네 몸 안에 들어
자진하고 싶다


 


[충남일보 이호영 기자] 눈을 감아도 홍염을 풀어놓은 듯 망막을 적시는 강렬한 햇살, 그 아래 연둣빛 잎사귀 사이를 뚫고 나온 진분홍 꽃봉오리, 필사적으로 그 사이를 파고드는 벌…. 마치 접사로 찍은 사진처럼 ‘서른아홉 글자’ 평범한 언어의 퍼즐이 날카로운 화살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바로 강신용 시인의 ‘봄날’이라는 시다.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강신용 시인이 최근 ‘어느 날 여백’(문경출판사) 여섯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일상의 여백 속에서 가슴을 채워나가는 서정적 감성, 대상이 품은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정신, 그리고 이를 아름다운 활자로 투영시키는 언어력, 강 시인의 시는 그런 힘을 지녔다.

이러한 시 세계는 “시의 진실마저 싸구려로 흥정되고 있는 무잡하고 척박한 시대, 나는 오늘도 책을 읽고 습작을 한다. 이 길만이 올곧고 싱싱한 시정신을 지닌 신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기에…”라는 스스로의 말처럼 치열한 자기성찰과 노력이 빚어낸 땀의 결실이기도 하다.

때론 잔잔한, 때론 격정적인 언어로 그는 이 책에 주옥같은 60편의 시를 담았다.

송기한 문학평론가 역시 이번 시집에 대해 “여백을 채워나가는 서정의 힘찬 발걸음”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강 시인이 시라는 인식의 수단을 통해 모든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원소, 여백을 촘촘히 메워주는 교집합의 원소들을 찾아내는 위대한 작업을 언제까지나 계속해 주길 바란다”는 기대도 빼놓지 않았다.


내 어릴 적 가슴에 묻어 둔
산 하나 있었네
아버지 등짝 같고
어머니 품속 같은
나이 들면서 나는
그 산이 되고 싶었네

시집 말미를 장식한 ‘동산’에 등장하는 산은 어쩌면 강 시인이 어릴 적부터 가슴에 품었던 시에 대한 열정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아버지 등짝처럼 투박하지만 진솔한, 어머니 품속처럼 평범하지만 따뜻한 그런 시를 볼 수 있음도 다 그 덕분이 아닌가 한다.

한편, 강 시인은 충남 연기(세종시) 출신으로 198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그동안 ‘가을城’, ‘빈 하늘을 바라보며’, ‘복숭아밭은 날 미치게 한다’, ‘나무들은 서서 기도한다’, ‘목이 마르다’ 등 다섯 권의 시집을 발간했으며, 대전문학상, 허균문학상 본상, 대전시인상, 한성기문학상, 대전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