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구조 개혁을 말하다
수사구조 개혁을 말하다
금산경찰서 수사지원팀장 박태규 경위
  • 박경래 기자
  • 승인 2018.02.20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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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연말 국정농단사태로 촉발된 국민의 성난 민심은 촛불집회를 통해 용광로처럼 분출되었다. 촛불집회는 現 정부 출범의 시발점이 되었고 성숙된 국민의식과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촛불민심은 개혁의 1순위로 검찰개혁을 꼽았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대통령 선거 때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검찰 개혁은 항상 핵심 공약으로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기득권의 반발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개혁의 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많은 국민이 검찰개혁을 지지했음에도 말이다.

촛불민심이 지목한 검찰개혁, 대선 때마다 등장하지만 이루지 못한 검찰개혁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도 힘이 든다는 말인가. 이러한 의구심을 한번 쯤 가져보았을 것이다.

검찰개혁은 민주주의 원리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주요원리 중 하나가 바로 견제와 균형이다. 견제와 균형은 권력의 집중을 막고 분산을 통해 국민인권과 이익을 보호하자는 의미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의 검찰은 검사 고유의 권한인 기소권 외에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는 직접 수사권과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수사지휘권,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청구권을 독점적으로 보유함으로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초권력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검찰권력은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겨져왔다. 이를 해결하자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이고 검찰개혁의 본질은 독점적으로 보유한 수사관련 권한을 분산하는 수사구조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찰은 수사권으로 검찰은 기소권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국민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권한을 나누자는 것이다.

혹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구조개혁을 경찰과 검찰의 밥그릇싸움 정도로 폄훼하는 시각들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수사구조개혁 추진은 이전 정부들의 개혁 추진과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전 정부들의 수사구조개혁은 대통령후보로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위로부터의 개혁추진이었다면 지금의 수사구조개혁은 촛불민심에서 드러난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를 반영한 아래로부터의 개혁추진이라는 사실이다.

이전 정부들의 수사구조개혁 추진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은 수사구조개혁의 당위성을 지지하면서도 경찰이 수사권을 갖든 검찰이 수사권을 갖든 그 영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 까닭에 경찰과 검찰의 밥그릇 싸움의 심판 시각에서 바라보았고 이는 수사구조개혁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결국 국정농단사태를 유발하는 촉매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경찰이다. 경찰이기에 앞서 이 나라의 국민이다. 필자가 펜을 든 이유는 이번 수사구조개혁이 성과를 거두어 경찰과 검찰이 국민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적인 기관으로 거듭 나기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전과 같은 경찰과 검찰 싸움의 심판으로서의 시각에서 벗어나 촛불 민심에서 이미 결정 난 검찰에 대한 개혁(수사구조개혁)요구를 직접 개혁해 나가겠다는 주인으로서의 시각을 갖고 좀 더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예전과 같이 수사구조개혁이 유야무야(有耶無耶)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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