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예술계 성폭력 파문, 다른 분야는 문제 없나
[사설] 문화예술계 성폭력 파문, 다른 분야는 문제 없나
  • 충남일보
  • 승인 2018.02.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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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과거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해 추악한 성범죄 실상이 잇따라 드러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전면에 나섰다.
작년부터 문학·미술·영화 분야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해 온 성폭력 실태조사 범위를 문화예술·출판·대중문화산업과 체육 분야까지 확대키로 한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사례를 찾아내기 위해 예술인복지재단에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하고, 특히 영화계와 대중문화계에는 별도 신고창구를 운영키로 했다.
성폭력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신고창구를 설치하고 성폭력 피해자뿐만 아니라 목격자 등의 제보도 받는다고 한다.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피해 폭로가 도화선이 된 국내 미투 운동은 법조계를 거쳐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불길처럼 번졌다.
최영미 시인은 시 ‘괴물’을 통해 원로 시인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폭로했다. ‘En 선생’, ‘노털상 후보’라는 표현으로 고은 시인을 우회적으로 지목했지만 문단 내 성추행 실상의 일단만 드러난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어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연극계의 거물로 행세해온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 씨는 19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나 성폭력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피해자들이 성추행과 성폭력 피해를 추가로 폭로하면서 이 씨를 고소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다른 연극 연출가와 배우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고 뮤지컬 음악감독의 성희롱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공연예술계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대부분 문화예술계의 원로이거나 명망가로 대접받던 유력인사들이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터진 피해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장 체육계도 비슷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사단법인 ‘100인의 여성체육인’은 성명을 내고 체육계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행정기관의 진정성 있는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중문화 분야 등의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차제에 타인의 성폭력 피해를 방관하거나 숨기려 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왜곡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피해자 본인이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해자를 엄벌해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여성 피해자의 적극적인 피해신고를 유도하고 피해자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 전문 상담요원도 충분히 배치하는 게 좋다. 용기를 내 미투를 선언한 피해자들이 이차 피해를 보지 않게 보호하는 ‘위드 유(with you)’ 연대운동을 지원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공연계에서 연출자나 극단대표가 제왕처럼 군림하는 풍토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런 부분까지 직접 개입하는 게 어렵다면 제도적 유인책이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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