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계 악습 털고 태움 문화 바꿔야 한다
[사설] 의료계 악습 털고 태움 문화 바꿔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8.02.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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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일보] 활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태움’이다. 간호사의 고백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애환이 알려졌다. 최근 ‘간호사의 고백- 나는 어떻게 나쁜 간호사가 되었나’에 대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간호사들은 환자를 돌보는 일을 천직이라고 여겼지만 어느 순간 나쁜 간호사가 됐다며 답습처럼 여겨온 태움의 실태를 전했다. 3개월 만에 퇴사한 한 간호사는 ‘간호사 면허증’을 액자에 걸어놓고 보면 자랑스러울 줄 알았는데 지금을 불태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근무하면서 선배로 부터 막말을 듣는 순간, “작정하고 피 말리게 화형에 처하려고 하니까 그걸 태움이라고 하는 것 같다”며 직업을 간호사로 선택한 일을 후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그 뿐만이 아니였다. 모 대학병원의 간호사들은 헐벗은 채로 어처구니 없는 쇼에 동원된 모습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면서 간호사들 사이에서나 통하던 ‘태움’이란 말이 삽시간에 번지기도 했다.

간호사에 대한 태움은 단지 폭언만이 아니여 충격을 줬다. 간호사의 기본적인 인권이 존중받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 했다. 이번 일로 간호사의 태움이라는 답습은 어디서부터 잘라내야 하는 것인지 업무적인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 한 대형병원 간호사 자살 사건으로 인해 간호사들의 악습인 직장 내 괴롭힘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지펴졌다. 숨진 간호사의 남자친구는 병원에서 선배·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이 있었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으나 해당 병원 측은 자체 조사 결과 괴롭힘이 없었다는 해명이다.

간호사가 목숨을 끊은 이유는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밝혀야겠지만 이와 별개로 간호사들의 고질적인 병폐가 사실이라면 ‘태움’ 문화가 근절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괴롭힌다는 얘기는 ‘병원 내부의 약자’에게 마음의 상처가 아닐 수 없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간호사들 사이에 이런 악습이 숨겨 있다는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생명과 직결된 일을 하기 때문에 엄격한 교육이 불가피하다고 합리화하기도 하지만 이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간호사의 스트레스와 불만을 가중시켜 오히려 간호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학대를 혹독한 교육방식의 하나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그런 교육 방식은 명백히 인권침해이며 범죄다. 의료계는 악습을 털어내고 올바른 직장문화를 만들어가는 자정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이 악습을 대물림하는 원인이 되는만큼 가해자를 엄벌하고 해당 의료기관에도 관리 책임을 더 무겁게 물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의료인력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으니 보건 당국은 의료 환경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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