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론]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
[충남시론]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8.02.2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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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된 현행 헌법은 국민의 요구로 개정된 민주화의 산물이다. 1987년 당시 국민의 요구는 대통령직선제와 장기집권의 차단이었고 이로 인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정부 형태로 한 9차례의 개정 헌법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개헌의 역사가 대부분 집권세력에 의한 장기집권 시도였다는 점에서 현행 헌법이 갖는 의미는 크다. 국민의 저항권 행사로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개헌은 집권세력의 임기연장 장치에 불과했다.

현행 헌법 아래서 여러 차례 대통령 선거가 순조롭게 치러졌고 정권교체도 이뤄졌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권한집중형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헌법 개정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은 헌법상 개헌안에 대해 발의권을 갖고 있기에 법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개헌에는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라는 조건이 달렸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헌법을 바꾸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다.

대통령이 독자 개헌안을 발의하는 순간 정치권은 무한 정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 이같은 맥락이다. 실제 개헌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현재는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야당에 개헌 불발 책임을 떠넘겨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청와대가 개헌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개헌안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마련하는 게 최선이다. 때문에 국회가 개헌안 의결권을 행사하기에 국회가 강력한 개헌 의지를 갖고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는 그동안 개헌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논의도 계속 진행해 왔다.
때문에 헌법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국회가 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개헌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국가의 기본법을 다시 한 번 정비해야 할 시점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가 개헌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정부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견해다. 그리고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도 국민투표에 회부해 결정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헌법 개정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개헌 논의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한 상태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막중하다. 때문에 대통령이 나서지 않도록 국회가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 개헌만큼은 고도의 협치가 필요하다. 갈 길이 바쁘다고 과속을 해선 안 된다.
마지막까지 야당과 협의하고 설득해야 한다. 개헌 논의에 야당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에서 거대한 역풍에 직면할지 모른다. 청와대와 정치권 모두 개헌만큼은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한 개헌이여야 한다. 국회 합의가 어려울 경우 ‘60%의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 정국을 조성하겠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개헌 구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장 한국당의 반대가 큰걸림돌이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개헌 소위에서 정부형태와 관련, 민주당의 ‘4년 중임 대통령제’와 한국당의 ‘분권형 대통령제’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개헌 시기에 대해서도 여야가 크게 엇갈린다. 개헌 저지선(100석)을 확보한 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의 개헌안 의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국민 개헌안’은 한국당 등에 대한 정치적 압박의 성격이 짙다.
여당은 이미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의 대강에 관한 당론이 정리된 만큼 야당인 한국당도 빨리 개헌안을 내놓고 조율에 나서야 한다. 국회는 올해 초 2기 헌법개정·정치개혁 특별위원회(헌정특위)를 가동했으나 여야의 입장차이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는 한국당을 포함한 주요 정당 후보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대선공약이다. 또 개헌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최선이고 같은 맥락에서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키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개헌 논의를 가속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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