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시대, 스마트한 소유란?
미니멀라이프 시대, 스마트한 소유란?
  • 탄탄스님
  • 승인 2018.03.02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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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우리는 왜 물건에 집착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내 집이며, 나의 차며, 내 옷, 내 책, 나의 모든 거….

인간은 왜 무언가를 소유하려고만 할까. 인간은 소유를 하기 때문에 자유스럽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 물건들, 소유한 것들이 언제 어느 날 갑자기 모두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면? 더구나 맨몸뚱이로 살아가야 한다면? 굳세고 힘차고 빠른 다리, 굵은 털이며, 뾰족한 송곳이 없는 맨몸으로 생존하기에는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기만 한 존재일 뿐이다.

예측할 수 없는 험난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은 명백하다. 이러한 인류에게 있어서 다행히 뇌가 발달하여 몸이 아닌 다른 것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며 약 200만 년 전 ‘호모 하빌리스’가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도구인 돌망치로, 단단한 것들을 부수고 철로 만든 무기로 맹수들을 포획하고 사냥하며 집단을 이루어 살아왔었기에 자연이 정해준 나약한 몸의 한계를 도구로 극복하며 오늘날에 인류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양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인간의 생존에는 여러 가지 도구가 요구되지만 만약 다른 이들도 똑같은 도구를 쓸 수 있다면 나만의 경쟁력은 불가능하여진다. 그러자면 답은 하나뿐이었다. 최대한 많은 도구를 나 혼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소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사진작가 피터 멘 (Peter Menzel)은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소유한 물건들을 자신들의 집 앞에 쌓아놓고 촬영한 사진으로 명성을 얻었다. 생존에 필요한 몇 가지만 가진 아프리카 유목민과는 달리 수천 가지 사물을 소유하고 있는 부유한 선진국의 일가족들. 역사학자 프랭크 트렌트먼 교수가 주장한 대로 우리는 이미 ‘사물의 제국(Empire of Things)’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물건들의 ‘사용’이지 ‘소유’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유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하기에 하루 2시간 남짓 사용하는 차를 나머지 22시간 차고에 세워 두어야 하고, 1년에 2~3번 필요한 망치를 사야 하고, 1년에 한 번 쓰는 명품가방이며, 옷이며, 만년필이며, 귀중품들을 금고에 쌓아놓고 사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에 이루어지고 있는 공유 경제, 카 셰어링, 에어비앤비. 인공지능과 IT의 발전은 소유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지금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소유하기보다는 필요한 것들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고 경험하게 해주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도구와 사물을 공유할 수 있는 미래 사회에서도 우리가 반드시 소유해야 할 한 가지는 분명하게 있다. 바로 ‘언제, 무엇을, 어떻게 원하느냐’하는 나 자신에 대한 데이터이다.

그리하여 필요한 물건만을 소유하는 것이 스마트한 삶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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