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저커버그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버핏·저커버그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 탄탄스님
  • 승인 2018.03.11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세상이다. 한 사람의 독창보다 합창이 장엄하듯이 불협화음을 내지 말고 어우러져야 범천의 아름다운 소리가 이루어지듯이 세상도 그러하지 않겠는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등과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히지만 그는 고향인 오마하에서 세계적 갑부가 되기 이전인 1958년에 3만 달러를 주고 산 2층 단독주택에서 60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돈을 많이 버는 게 행복이 아니라 돈을 버는 과정을 즐기고, 의미 있게 돈을 쓰는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얼마나 버느냐보다 어떻게 벌고 무엇을 위해 쓸 것이냐가 더욱 중요 하다는 것이다.

버핏은 돈을 잘 쓰기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세계에 기부한 금액이 31억 700만 달러,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는 버핏이 2006년부터 현재까지 개부한 돈은 27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조 원을 기부하였다. 앞으로도 그만큼의 재산을 더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돈을 기부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이 생색나게 하지 않는다. 미국의 갑부들은 사회공헌에 이처럼 적극적이다.

“다른 부모님들처럼 엄마, 아빠도 네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뉴스에는 온갖 나쁜 이야기가 나오지만 세상은 더 나아지고 있어. 모든 분야에서 더 나아질 거야. 엄마 아빠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 엄마, 아빠가 너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너와 같이 자라날 모든 아이들에게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2년 전 미국의 기업가 마크 저커버그가 딸에게 쓴 편지이다. 딸이 태어난 지 2주가 지난 뒤의 일이다. 저크버그는 20대에 ‘페이스북’이라는 인터넷 기업을 세워 큰 부자가 된 사람인데, 그가 갓난아기인 딸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이렇다.

“엄마, 아빠는 살아 있는 동안 페이스북 지분의 99퍼센트(630억 달러)를 기부할 거야, 다른 사람들의 노력에 비하면 작은 기여지만 많은 사람들과 뜻을 함께하고 싶어.”

저크버그는 전 세계의 가난을 없애고,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고, 사회의 약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편지가 알려지자 전 세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저커버그는 세계적인 부자라 그가 내놓을 돈이 얼마나 되는지 따지기에 바빴다.

그러나 돈보다는 ‘다음 세대의 행복’을 생각하는 마음을 더 귀하게 보아야 한다. 내 딸만 귀한 게 아니라 딸과 함께 세상을 살아갈 모든 아이들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귀하게 보아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저커버그와 같은 부자나 정치인에게만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후손들이 살아갈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봉사를 하고 기부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사회가 더 좋아질지, 우리 세대가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언지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을 지탱하고 자본주의를 지속케 하는 근원은 기업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 문명이 발전하려면 물질적 성장도 중요 하지만 사회 지도층이 모범을 보이고 사회적 기여를 통한 실천이 요구된다.

역사적으로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르네상스기의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는 금융업을 통하여 유럽의 돈을 끌어모으다시피 하여 주변으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지만, 재산의 상당 부분을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문인·예술가를 후원하여 시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로마제국부터 르네상스까지 이탈리아를 지탱한 힘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힘이었다. 지성은 그리스인보다, 체력은 게르만 민족보다, 기술은 에트루리아인보다, 경제력은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지만 로마는 지도층의 솔선수범으로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운 것이다. 높은 공공의식과 교양을 갖춘 시민이 있었기에 ‘2000년 로마’가 융성했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