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류 최소화의 관점에서 본 영장청구권 독점문제
[기고] 오류 최소화의 관점에서 본 영장청구권 독점문제
  • 이형근 아산경찰서 수사과장
  • 승인 2018.03.1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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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근 아산경찰서 수사과장] 그 어느 때보다 개헌 논의가 뜨겁다. 또한 논의의 방식이 새롭다.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이라는 논의의 장이 그렇다. 국민헌법 웹사이트에는 다양한 개헌 안건이 게재되어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찰관으로서 '검사가 없으면 구속이 안 된다!?'라는 이슈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현재 이 안건은 국민헌법 웹사이트 상에서 주목받는 안건 22개 중 최다 찬성을 기록하고 있다.

'검사가 없으면 구속이 안 된다!?'라는 안건은 우리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에 규정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제거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문제다. 웹페이지에는 영장청구 주체는 영장제도의 본질적 사항이 아니므로 법률에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찬성의견과 영장청구 주체가 확대되면 인권침해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의견이 모두 소개되어 있다. 안건에 대한 논의는 주로 역사적 접근과 비교법적 접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접근의 요지는 1948년 제헌 헌법과 1954년 제정 형사소송법에 없던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이 5·16 군사정변 이후 단행된 1961년 형사소송법 개정과 1962년 개헌을 통해 도입되었으므로 이를 우리 국민의 헌법적 결단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비교법적 접근의 요지는 헌법에 영장청구의 주체를 규정하는 나라를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영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에서는 법률에서 영장청구의 주체를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영장청구권 독점 문제에 대한 다른 관점 하나를 제안하고자 한다. 국가의 형벌권 실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형사사법제도의 한 가지 기능이라고 본다면, 영장청구의 주체 문제도 강제처분에 관한 오류 최소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가설 검증에 관한 이론에서 오류는 음성을 양성으로 오판하는 1종 오류와 양성을 음성으로 오판하는 2종 오류로 나뉜다. 가령, 구속이라는 강제처분에 있어 구속 사유 없는 사람을 구속하면 1종 오류가 되고, 구속 사유 있는 사람을 구속하지 않으면 2종 오류가 될 것이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 중에 30%를 검사가 불청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다시 이 중에 20%는 검사가 청구했어도 판사가 기각했을 것으로 가정해 보자. 그 차이에 해당하는 10%는 검사가 청구했더라면 판사가 발부했을 경우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70%는 당초부터 검사의 개입이 필요 없었을 부분이고, 20%는 검사의 개입이 없었더라도 판사에 의해 여과되었을 부분이다. 뒤의 20% 부분에 있어 검사가 판사의 업무량을 줄여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영장실무에서 1종 오류를 줄이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 나머지 10%에 대해 고민해볼 차례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없다. 검사의 영장 불청구에 대한 불복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법정에서 구속하면 된다는 주장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간과했다. 또한 압수·수색 영장의 불청구는 수사의 개시·진행을 무력화하기 때문에 법원의 심사를 받을 기회를 박탈한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라거나 객관의무를 갖는다는 등의 구호를 믿고 이 10%의 영역을 방치하기에는 낯부끄러운 사례가 너무나도 많았다.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영장실무에서 2종 오류를 증가시키는 역기능을 갖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요컨대, 오류 최소화의 관점에서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1종 오류를 감소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치가 아니고, 오히려 2종 오류를 증대시키는 역기능은 큰 관계로 영장실무에서 오류의 총량을 늘리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20%보다 결코 바로잡을 수 없는 10%에 주목해야 한다. 10%는 또한 우리사회의 적폐가 안심하고 기생할 수 있는 성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검사가 없으면 구속이 안 된다!?'라는 안건은 영장발부권한의 확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영장청구권한의 다양화에 관한 것이다. 이제는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인권보장, 1종 오류의 감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이러한 주장을 믿는 사람도 없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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