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오는 경련·발작… ‘뇌전증’ 완치 가능하다
갑자기 찾아오는 경련·발작… ‘뇌전증’ 완치 가능하다
강준원 교수의 희귀난치질환 이야기
  • 강준원 충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승인 2018.03.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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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원 충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강준원 충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뇌전증(雷電症)은 이전에 간질로 불렸던 질환인데, 공식적으로 간질이라는 단어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편견이 심한 질환 중의 하나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뇌전증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갖도록 편협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알렉산더대왕, 모파상, 노벨, 처칠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위인들도 뇌전증을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뇌전증이 있다고 모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비유발 경련 2번 넘게 재발하면 뇌전증

의학적으로 경련은 대뇌 피질의 비정상적 전기 방출에 의해 발생하는 감각, 운동, 자율신경계의 기능 이상 현상으로써, 비유발 경련이 최소 24시간 간격으로 2회 이상 재발할 때 뇌전증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간질이라고도 불렸으나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현재의 진단명을 가지게 되었다.

뇌전증 중에서도 뇌전증 자체에 의해 발달 저하 초래되는 질환을 뇌전증뇌증이라고 칭하며 영아 연축,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중증 영아형 근간대 뇌전증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각각의 뇌전증에 따라 발병 시기, 경련 양상, 뇌파 특징에 차이가 있으나 공통적으로 완치가 쉽지 않고 발달지연이 흔하게 나타난다.

다양한 유형의 발작 나타나는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1930년대에 윌리엄 레녹스에 의해 언급이 시작되어 1985년경에 현재의 진단명이 정립되었으며, 전체 소아 뇌전증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희귀질환이다. 다양한 종류의 전신발작, 전형적인 뇌파 소견, 진행되는 정신발달이상이 특징이다. 대부분 1~8세에 발병하며 첫 발작은 3~5세에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첫 발작은 부분발작 또는 강직간대발작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차츰 여러 형태의 발작이 출현한다. 강직발작, 비정형소발작, 간대성근경련발작, 무긴장발작 등 다양한 발작이 나타나며 대부분 매일 여러 차례 발작을 하고, 한 환자에서 다양한 유형의 발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선천 뇌기형, 국소뇌병변, 저산소허헐뇌손상, 뇌염, 결절경화증 등 뇌 자체의 이상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20~30%는 발병 이전의 발달 상태가 정상으로써 여러 검사에서 기질적인 뇌의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는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진단에는 병력과 발작의 임상 양상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는 특징적인 뇌파소견이 진단에 필수적이다. 뇌파검사에서 전신 1~2.5Hz의 느린 극서파와 특징적 10Hz 이상의 전반돌발속파가 관찰된다. 뇌자기공명영상검사,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이나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 등으로 대뇌 병변을 영상진단하기도 한다. 단순히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수술 치료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발작 조절과 인지 행동장애 관리 가능해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안타깝게도 치료에 가장 반응이 좋지 않은 뇌전증 중의 하나이다. 치료 도중 발작과 인지 기능의 상태가 호전되거나 악화되는 시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아 여러 종류의 약제를 함께 써야 할 경우도 많다.

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아래의 방법들을 통해 최대한 발작의 조절뿐만 아니라 인지 및 행동장애에 대한 관리를 하게 된다. 약물요법으로는 데파코트, 케프라, 라모티진, 토파맥스, 센틸, 이노베론 등 다양한 항경련제가 사용된다.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증량 또는 추가하며 약물 치료를 한다.

케톤생성식이요법은 금식에 의해 나타나는 항경련 작용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치료 방법으로써 당분의 공급을 억제하고, 대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지방질을 공급하게 된다.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의 약 50% 이상에서 경련이 멈추거나 호전되는 효과를 보인다. 식이요법이 필요할 경우 약1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하여 교육을 받으며 식이요법을 시작하게 된다.

수술요법으로는 원발 병변이 확인된다면 뇌전증병소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무긴장발작이나 강직발작이 심할 경우 뇌량절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필요에 따라 미주신경자극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충남대병원에서는 미주신경자극술로 시행 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경련의 강도가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였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완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항경련제, 케톤생성식이요법, 수술요법 등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의료진이 한마음이 되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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