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인율 높이기, 결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우선
[사설] 혼인율 높이기, 결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우선
  • 충남일보
  • 승인 2018.03.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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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혼인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다 높은 집값 부담 등으로 결혼 감소세가 가팔라진 탓이다. 통계청이 ‘2017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조혼인율(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은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조혼인율은 2007년만 해도 7건대였었으나 2015년에 6건 선이 무너졌고 지난해엔 5건 선을 겨우 넘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6만 4500건으로 전년 대비 6.1%(1만 7200건) 줄었다. 혼인 건수도 1974년 25만 9600건 이후 43년 만에 최저치라고 한다. 혼인 건수 감소세는 2012년 이후 6년째 이어졌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9세, 여성 30.2세로 전년보다 남성은 0.2세, 여성은 0.1세 높아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1.8세, 여성은 2.2세 올라간 것이다.
혼인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첫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이유는 뻔하다. 결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결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뛰는 집값, 자녀 양육 및 교육비 부담, 일·가정 양립 인프라 부족 등이 결혼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결혼은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극복의 첫 단추다. 2002년 이후 16년간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합계출산율)가 1.3명 이하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1.05명이었다.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이 처음 발표된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약 10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혼인율 하락과 만혼 추세도 저출산 심화의 원인 중 하나다. 그래서 청년 결혼 문제를 빼고는 저출산 대책을 거론하기 어렵다. 취업난으로 연애·결혼·출산까지 포기한다는 이른바 엔(N)포 세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낮은 혼인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좋은 일자리가 있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우리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게 제도와 직장 환경을 개선하고 지나치게 높은 보육·주거·교육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절박한 위기감을 갖고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현실적 대책을 고민하기 바란다. 과거 정책의 답습이나 책상머리 공론으론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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