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나와 너’의 관계 재설정 하기
[양형주 칼럼] ‘나와 너’의 관계 재설정 하기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3.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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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 또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보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고민을 알 수 있다.

노랫말을 짓는 사람은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내면에 깊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도록 그들의 정서와 삶을 담아내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그렇다면 우리 노랫말에 담겨있는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려면 노랫말에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 들어 국어학자인 한송우 인하대 교수가 일제시대부터 약 100년간 우리나라에서 불린 노래를 무려 2만 6250곡을 추려서 노랫말을 분석해서 ‘노래의 언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랑이라 생각할 것이다. 물론 노래 제목에는 사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가사에서는 사랑보다 더 많이 나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와 ‘너’라는 대명사다. 그렇다면 노래는 무엇인가?

‘나’와 ‘너’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재정의 하는 작업이다. 사랑, 이별, 슬픔 등과 같은 주제를 통해 나와 너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노래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거치며 나와 너 사이의 관계를 인생의 새로운 시기마다 재설정하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도와준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노래하고 생각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나와 너의 관계임을 보여준다.
노래 제목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사랑’은 나와 너의 관계를 사랑이라는 렌즈를 통해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이별’, ‘아픔’, ‘슬픔’, ‘상처’, ‘설렘’의 경우 등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우리의 생이 근본적으로 관계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관계를 재설정 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먼저, 관계의 끈이 너무 약하고 적어져 간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갈수록 개인주의적으로 변하다 보니 관계의 적고, 그나마 있는 것도 약하다.
둘째, 우리 사회의 배타성이 빚은 낙인효과다. 한 번 온라인으로 낙인이 찍히면 거의 관계 재설정이 불가능할 정도다.

얼마 전 동계올림픽 때 한 대표선수의 인터뷰 내용이 문제가 되어 순식간에 60만 명의 국민이 청와대에 집단 청원을 했다.
이 선수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문제는 이렇게 낙인을 찍으면 정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낙인을 찍히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 비일비재하다.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나와 너의 관계를 돌아보며 새로운 관계설정을 모색한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우리에게는 나에게 펼쳐지는 새로운 관계만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낙인도 기꺼이 제거해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용히 나와 너의 관계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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