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상처입은 치유자
[양형주 칼럼] 상처입은 치유자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4.01 16:5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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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전 세계를 통치할 때 제국에 반기를 드는 주동자를 처벌하는 무서운 처형방식이 있었다.

바로 십자가형이다. 십자가형은 주전 60년 전부터 행했던 제국의 공개처형이었다. 끔찍한 처형 장면을 보고 누구든 함부로 제국에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한 공포정치의 일환이었다.

보통 십자가에 죄수를 매달기 전에는 채찍질을 가했는데, 당시 로마제국이 범죄자에게 가했던 채찍질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었다.

첫째, 푸스티가티오(fustigatio)다. 이는 제국의 영내에서 난동과 소란을 피운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자에게 가하는 채벌이다. 엄중하게 경고하되, 다시는 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차원이 강하다.

둘째, 플라겔라티오(flagellatio)다. 이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에게 행하는 채찍질로, 꽤 매서운 매질이다.

셋째, 베르베라티오(verberatio)다. 이는 십자가형과 결부되어 시행된 가장 끔찍한 채찍질이다. 베르베라티오가 선고되면 로마 군병은 죄수의 옷을 벗기고 기둥에 묶은 후 여러 집행자들이 번갈아 돌아가면서 죄수의 힘이 다할 때까지 또는 형집행관이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해서 채찍질을 가했다.

채찍 끝에는 짐승의 날카로운 뼛조각이나 납과 같은 금속조각들이 달려있었다. 이런 채찍으로 심하게 맞으면 거의 죽음 직전에 이를 정도로 큰 부상을 입는다. 이럴 경우 십자가를 지고 가서 십자가에서 달려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일찍 죽는다.

신약성서의 복음서들은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온 예수께서 이런 채찍질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보도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채찍질을 당했을까? 구약성경 이사야서는 이를 이렇게 말한다.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받았도다(사53:5)

예수께서는 우리의 치유를 위하여, 우리의 나음을 위하여 채찍에 맞으셨다는 것이다. 성경은 예수께서 인류의 죄로 인하여 당할 징벌을 대신 당하고, 우리의 치유를 위하여 대신 고통당했다고 보고한다.

미국의 영성신학자 헨리 나우웬은 그의 책 <상처입은 치유자>에서 이로 인해 예수는 우리를 위한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는 힘은 내가 입은 상처를 이해할 때 깊어진다. 따라서 상처가 건강하게 회복되면 이는 다른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치유제가 된다.

온 인류에게 사랑과 치유, 그리고 희망을 가져온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사순절의 수난주간과 부활절이 지났다. 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는 온 인류를 위한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었다. 나는 내면의 상처를 어떻게 승화시키는가? 내면의 상처가 여전히 복수의 도구인가, 아니면 다른 이들을 치유하는 치유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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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연 2018-04-03 16:45:3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재건 2018-04-03 16:45:08
좋은 글입니다~!^^

유란 2018-04-03 16:44:32
감사합니다 ~!

라경찬 2018-04-03 16:43:03
감사합니다.